얼마 전 중국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후계구도가 제17차공산당전당대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의 경쟁구도로 정리된 정치적인 상황의 변화 때문이 아니다. 중국의 라오바이싱(일반국민)은 그러한 정치적인 변화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숙소에서 시 중심가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려다가 지하철요금이 무려 60%나 내린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요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 역시 생필품인 돼지고기값이 폭등하는 등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베이징시는 지하철 1, 2호선과 13호선에 이어 5호선이 개통된 10월 7일부터 전 구간 요금을 2위안(1위안=약 130원)으로 단일화시켰다. 종전까지 3(1구간)~5위안(환승)에 이르던 지하철요금이 거리 및 환승 여부에 관계없이 2위안으로 통일된 것이다.
이에 앞서 북경시는 1월 1일부터 거리에 따라 1~5위안을 받던 시내버스요금을 1위안으로 단일화했다. 교통카드를 이용할 경우에는 4마오(0.4위안)만 받고 학생교통카드는 2마오(0.2위안)밖에 받지 않는다. 종전요금에 비하면 무려 90%나 인하된 것이다.
북경시당국의 이 같은 대중교통요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러자 선전시 등 다른 도시도 대중교통요금 인하조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는 이처럼 대중교통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오는 2015년까지 베이징시는 건설 중인 8개의 지하철 전 노선을 개통, 시내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 대중교통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올림픽개최 직전까지 10호선 1기와 공항선이 개통되면서 지하철 총연장이 현재의 114㎞에서 200㎞로 연장되고 2015년에는 19개 노선에 561㎞로 확장될 예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고도성장하고 있는 중국경제를 감안하더라도 북경시당국이 인하한 대중교통요금으로 인한 '재정부담'을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주의체제인 중국이니까' 가능하다고 남의 집 일인 양 치부하기도 한다.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감히 엄두 내지 못할 일이라고 엄살을 부릴 것이다.
대중교통요금을 내리는 중국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중국의 모습과는 다르다. 구호로만 '웨이런민푸우(爲人民服務)'-중국의 모든 공공기관에는 마오쩌둥 주석이 말한 이 말이 걸려 있다-라고 외치지 않고 어떤 정책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혁명적인 사건이다. 요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베이징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보다 훨씬 앞선 체제라는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기보다는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는 식의 억압적인 대중교통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정책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뒤처져있다고 여기고 있는 중국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있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중국에서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을 다시 봐야할 때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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