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은 매달 2·4번째주 수요일을'가정의 날'로 지정했다. 이 날은 야근도, 회식도, 회의도 없다. 방학때는 직원자녀를 대상으로 영어와 금융캠프를 운영하고 부모님 효도여행 보내기 운동도 하고 있다. 이는'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캠페인의 하나로 근무효율과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주)BND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엄마는 물론 아빠들도 꺼리낌없이 아이를 데려온다. 직원들의 애로조사를 통해 우수인재를 확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자녀들의 보육문제임을 절감했기 때문.
국내외 기업들이 직장생활에 애로가 없도록 직원들의 가정생활과 복지를 배려하고 돌보는 '홈퍼니(Homepany)' 경영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홈퍼니 경영은 홈(Home)과 직장(Company)의 합성신조어로 직장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업들을 이른다.
이들 기업들은 육아지원과 탄력근무 등 가족과 직원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직장 내에서 가족친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홈퍼니 경영 도입 및 성공사례
홈퍼니 경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호주 웨스트팩(Westpac)은행. 웨스트팩은 여직원들에게 3개월간의 법정 출산휴가 외에 수시로 특별휴가를 주면서 여성 이직률을 절반으로 낮췄다.
독일 헤르티 재단과 스위스 프로그노스 재단의 홈퍼니 경영도 성공적이다. 헤르티재단은 가족에 대한 지원을 손실이 아닌 기회로 인식했다. 1995년부터 3년간 가족친화경영을 통한 기업이익 창출과 근무효율을 증명했다. 가족친화기업의 생산성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0%정도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재단은 독일 시민들에게 신뢰도와 투명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시장장악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기업경영 컨설팅회사인 프로그노스재단(Prognos AG)은 가족친화 경영을 통해 이전보다 시간당 생산성이 2.3배 증가했고 직원 출산율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에서는 네오웨이브가 직원 가족들의 공연 관람을 지원하는'해피 아워(Happy Hour)', 월 1회 조기 퇴근하는 '해피 패밀리 데이(Happy Family Day)'를 운영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생산직 4조 2교대제, 영업직의 현장 및 재택 근무제, 관리직의 출근 및 퇴근 시차제 등 다양한 탄력근무제를 실시중이다.
대웅제약은'GWP(Great Workplace-훌륭한 일터 만들기)'작업의 하나로 직원 가족들의 주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수유실을 비롯한 육아시설을 만들었다. KT는 가족기념일에 일찍 퇴근하거나 가족간호 휴가제, 직원자녀 영어캠프를 운영한다.
◆홈퍼니 경영확대 방안
가족친화기업들은 직원들의 근무만족도를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이직률을 낮추면서 안정적 인력운용이 가능하다. 직원가족 문제가 일터의 생산성과 직결돼 기업들은 가족 지원에 대한 투자를 기회비용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분석한'가족친화경영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조사대상기업의 61.2%가 '가족친화경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만족도가 높아져 생산성 향상'(60.8%), '이직률이 낮아져 안정적 인력운용 가능'(26.1%), '기업이미지 개선으로 판매 증가'(5.6%) 등의 이유를 들었다.
대구경북연구원 이미원 책임연구원은"대구의 맞벌이가구 취업여성들은 81%가 자녀양육 문제로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며 "가족친화경영을 기업들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도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공장·사무실 밀집지역에 공동보육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이들 시설에 대한 시간 연장형 보육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부분의 여성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을 가장 중요한 직장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어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통해 탄력근무제 실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
이 연구원은"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홈퍼니 경영은 일부 대기업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점차 중견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로 기업의 필수 경영방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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