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안정옥 作 '나비 키스'

나비 키스

안정옥

날개는 종잇장처럼 얇다 꽃에 남겨져

나비들이 날면서 내는 욕망을 듣는다

우리는 왜 나비가 되지 않는가

너는 부드러운 양쪽 날개로 내 뺨을

깜빡거렸다 분가루 듬뿍 뿌리면서

나의 날개는 한숨쉬며 네 뺨에 닿는다

몇 번은 날지 못하고 부딪쳤지만

하늘을 가로질러 훨훨, 날수 있을 것이다

엉겅퀴의 꿀이나 빠는 흰무늬 나비처럼

삶은 자연을 흉내내는 일 그리하여 생의

한 주기를 완성하면 다시 왕숙천(王宿川) 되는 것

네 뺨에서 나비가 되는 것은 내가 살아

네가 살아 함께 하는 분할, 나비를 만드네

나비보다 더 가벼운 영혼도 드물 것이다. 종잇장처럼 얇은 암술 위에 내려앉을 정도로 가벼운 몸무게. 꽃술에 맺힌 먼지만한 꿀을 마시고도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가벼운 욕망. 생각건대 나비는 공기가 빚어낸 존재가 아니겠는가. 키스란 말에도 나비가 붙으니 느낌이 달라진다. 物性(물성)이 지워지고 아연 영성이 도드라지는 느낌. 마음과 마음의 교접, 영혼과 영혼의 교통.

기실 나비키스란 말은 일반 명사. 속눈썹을 상대 뺨에 대고 깜빡이며 하는 키스. 말 그대로 나비처럼 가벼운 키스다. 일테면 입으로 하는 키스가 아니라 눈으로 하는 키스. 곧 눈짓이 키스다. 사랑은 눈짓에서부터 시작된다. 왕숙천의 긴 흐름도 작은 옹달샘에서 비롯되듯이, 사랑은 나비 날갯짓처럼 사소한 눈짓에서 시작되는 것.

그런데 가만, 손뼉치듯 날개를 접고 펴는 저 나비 움직임이 바로 키스가 아닌가?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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