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변호사의 연이은 '폭로'에도 불구, 꼿꼿하던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가 27일 일제히 하락하면서 주식 직접투자자들은 물론, 관련 펀드 투자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게는 치명타라 할 수 있는 '분식회계' 의혹(삼성은 이를 전면 부인)이 26일 김 전 팀장의 폭로를 통해 제기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한보, 대우는 물론, 미국의 유명기업 엔론도 분식회계 사건으로 파산한 바 있어 이번 '삼성 사태'의 파장이 적지 않은 충격이다.
27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전날에 비해 4.26% 떨어진 것을 비롯, ▷삼성SDI(-4.76%) ▷삼성엔지니어링(-5.33%) ▷삼성전기(-5.38%) ▷에스원(-4.30%) 등은 4~5% 이상 급락했다.
▷삼성물산(-2.05%) ▷삼성정밀화학(-1.23%) ▷삼성증권(-2.89%) ▷삼성테크윈(-2.92%) ▷제일모직(-2.29%) ▷크레듀(-3.70%) ▷호텔신라(-1.29%) 등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대체로 약세였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다른 조선주들이 일제히 대폭의 상승세를 탔는데도 전날보다 0.49% 내리면서 '폭로 충격'을 확인시켜줬다.
증시 주변에서는 기업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내용의 폭로로 인해 삼성그룹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기업투명성과 불확실성을 삼성그룹주가 안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특별검사 도입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대로 수용키로 결정, 이번 폭로사태의 여파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번지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전날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00년 삼성그룹의 계열사 5곳이 6천억 원에서 2조 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각각 저질렀고 계열사별로 비자금을 조정했다"고 주장했었다.
대구시내 한 증권사 지점장은 "삼성에서 오래 근무한 전 법무팀장이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이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그룹 관련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도 이날 여러가지 문의를 해오며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이 지점장은 삼성그룹주의 펀드런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증권사 관계자들은 이번 삼성사태와 관련, 삼성그룹은 분식회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엔론 사건을 기억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1년 말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엔론이 분식회계 사건으로 파산했다는 것. 가스.석유 등 200여 종류의 에너지 파생상품을 팔던 엔론은 정보통신 등 다른 분야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줄어들자 장부를 조작했다. 부정 회계 규모가 최대 1천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었다. 이 여파로 엔론의 주가는 추락했고 결국 도산했다. 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지난해 1심에서 24년4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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