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후보 동행 취재] ①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서울 '긴장'→대전 '고무'→대구 '여유'→부산 '열변'

▲ 제17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오후 이명박 한나라당후보가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제17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오후 이명박 한나라당후보가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7일부터 22일 동안의 공식 대선 운동이 시작됐다. 매일신문은 주요 대선 후보들을 밀착 동행, 후보들의 활동과 유권자들의 반응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그 첫 번째로 27일 대구를 방문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동행했다.

27일 오전 10시 10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가회동 자택을 나섰다. 드디어 22일간의 대선 열전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노타이에 검은색 반코트를 입고 캐주얼화를 신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푸른 색깔의 머플러도 둘렀다. 차림은 편안했지만 유세 첫날부터 한반도를 종단하는 강행군을 택했다. 필승의 각오가 묻어났다.

◆서울, '출사표를 던지다'=탤런트 유인촌 씨가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띄우며 5천여 명의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던 사이 이 후보가 연단에 올랐다. 연단 주변은 한마디로 북새통이었다. 간신히 연단에 오른 그는 "감사하다."는 말로 22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첫 유세인 탓에 다소 긴장한 모습의 이 후보는 "서울 시민들에게 눈물겹도록 존경과 감사와 사랑을 드리겠다."며 "서울 시민의 사랑과 관심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해 범여권의 무차별 네거티브 공세에서도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버팀목이 된 서울 시민들의 지지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했다.

이날 청계천 상인연합회 정석연 회장이 참석, 청계천 건설 당시의 일화를 들려주며 이 후보 지지를 호소,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후보가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할 때 서울시청을 폭파시키고,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죽이려고 청계천 상인들을 선동해서 서울시청에 가스통을 들고 갔다."며 "하지만 이 후보는 1년 동안 상인들에게 믿음을 줬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이 후보 지지발언에 이 후보는 무척 상기된 듯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또 이날 줄곧 사회를 본 유인촌 씨는 "22일간의 대장정을 떠나는 이명박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자."고 박수를 유도했다. 유 씨는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마음을 터놓고 지낸 사이다.

◆대전, '예상 밖의 호응'=대전시 은행동의 오능정 거리에는 8천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대전은 이회창 후보가 아성으로 여기는 지역인데다 과거 서울시장 재직 때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 이 후보에 대한 여론이 타 지방에 비해 그리 좋지 않은 곳이다. 때문에 이날 예상 밖으로 많이 모인 인원에 이 후보는 무척 고무됐다. 서울에서의 '긴장'이 '여유'로 바뀌었다. 연설 도중엔 간간이 미소도 띠었다. 목소리의 톤도 높아지고 제스처도 커졌다. 그는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뚫고 반드시 승리하겠다. 어느 누구도 흔들 수 없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지지를 호소하는 대목에선 오른 팔을 머리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치기도 했다.

행정수도이전에 반대했던 전력을 감안, "중상모략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경제 하나만은 반드시 살리겠다. 대전과 충청권의 발전에 큰 관심이 있다. 이곳을 교육·과학기술.기업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경제권을 만들겠다."며 더 큰 애정 보따리를 풀었다.

◆대구, '고향 아이가'=연설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졌다. 강의식으로 변했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고향 방문에서 오는 듯한 편안함이 그의 얼굴에 가득했다. 유세장인 칠성시장 도착에 앞서 동대구역이 그를 우선 반겼다. 지지자 1천여 명이 KTX에서 하차하는 이 후보를 마중했다. 지난 12일 대구경북 필승결의대회 참석 차 방문할 때와는 완연히 다른 열기다. 자신감에다 여유까지 더해진 이 후보는 칠성시장에 도착, 차분히 대구를 바꾸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중간중간 농담도 섞어가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솔직한 말로 대구 사람들 자존심 센 거 알고 있다. 아쉬운 소리 함부로 하지도 않는다. 고향사람들 자존심 안 상하게 슬그머니 뭐 하나 해놓겠다."고 말했다. 또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 경제를 살려야 안보도 튼튼하고 교육도 할 수 있고 노인복지도 할 수 있고, 장애인 복지도 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현 정권의 대북 정책과 경제 정책에 대해 잠시 비판의 톤을 높였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요새 대통령 선거 때문에 바쁜데 (노무현 대통령이) 뒤돌아서 북한에 자꾸 무엇을 퍼주고, 합의해서 내가 대통령 된 다음에 골치가 아프게 됐다. 지금 내가 모른 척하고 있지만 무슨 짓을 하는지 다 지켜보고 있다."고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유세가 끝난 뒤 트로트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을 개사한 로고송에 맞춰 어색한(?) 춤을 선보이며 한나라당 텃밭 유권자들과 거리감 좁히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또 한 번의 고향에서의 편안함이었다.

◆부산 '같은 경상도'=부산의 비전을 제시하며 민심에 다가갔다. 1만여 명 이상이 모인 부산역 광장에는 열기가 가득했다.이 후보는 시민들에게 부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그는 "부산은 세계적인 항구에다 모든 여건이 갖춰져 있는데 이렇게 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부산이 살아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살아날 수 없다. 정치만 바로 서면 부산은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운하가 만들어지면 부산이 중심이 되고 7대 강국, 4만 불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세가 끝난 뒤 이 후보는 부산국제영화제 거리로 이동해 지역 인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해결한 뒤 김포행 마지막 비행기편으로 상경했다.

이날 한반도 종단 유세에서 이 후보 측은 "열기가 확인됐다."는 표정이다. 조해진 공보팀장은 "'한반도 종단'이라는 차별화된 유세전략이 돋보였다. 전국 여러 곳을 하루에 다니면서 이 후보에 대한 지역별 편차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후 10시가 넘어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 후보의 표정도 밝았다. 먼저 공항 로비에 빠져나온 이 후보는 취재진을 기다렸다가 일일이 악수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푸른 색 머플러가 잘 어울린다.'는 한 기자의 칭찬에 이 후보는 "그러냐."면서 하루 한반도 종단 강행군을 대신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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