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夜譜(한야보)
장응두
쩌르릉 벌목소리 끊어진 지 오래인데
굽은 가지 끝에 바람이 앉아 운다
구름장 벌어진 사이로 달이 반만 보이고
박기섭(시조시인)
낮으로 뿌린 눈이 삼고 골로 내려 덮어
고목도 정정하여 뼈로 아림일러니
풍지에 바람이 새어 옷깃 자로 여민다.
뒷산 모롱이로 바람이 비도는다
흰 눈이 내려 덮여 밤도 여기 못 오거니
바람은 무엇을 찾아 저리 부르짖느냐.
벌써 11월도 막바지입니다. '11월은 어머니가 없는 달'이라고 쓴 적도 있지만, 이맘때면 다들 제 것이되 제 것 아닌 마음들이 되지요. 그런 마음에 한야의 냉기가 확 끼치는 시 한 편을 안긴다면?
시행에 눈길이 닿는 순간 누구나 쩌릿함을 느낄 터. 거푸 네 번이나 나올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눈은 낮부터 온 골을 내려덮어 구름장을 비집고 나온 달조차 얼어붙을 지경입니다. 그런 밤의 풍지를 적시는 바람에 옷깃을 여민 채 홀로 앉은 사람. 그의 마음은 이미 한야를 넘어 영원으로 트고 있습니다.
1940년 '文章(문장)' 4월호 추천작품입니다. 일제 강점기 중에서도 가장 참담했던 시대. 그야말로 '바람이 비도는다'(경남 해안지방에서 한겨울 눈보라를 '나르는 칼날'에 비유해 일컫는 말)고 할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 이 작품이 지닌 메시지는 한결 절실해집니다. 여북하면 가람 선생이 "읽으면 몸에 소름이 칠 것 같다"는 추천의 말을 남겼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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