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상주 낙동강삼백축제를 마치며

2007상주낙동강삼백축제가 지난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상주북천시민공원에서 나흘 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2005년 축제 때 뜻밖의 아픔을 겪고 이태 만에 열린 잔치라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올 행사는 실추되었던 지역의 명예를 되찾고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불어넣는 데 힘을 쏟았다.

긴 이름의 축제명칭은 상주의 옛 이름인 상낙의 동쪽을 흐르는 강이라고 하여 낙동강이라고 이름 붙였고, 낙동강 칠백 리가 상주에서 비롯되었으며, 낙동강과 상주문화의 밀접한 연관성을 확인하고 여기에 쌀·누에고치·곶감의 세 가지 흰 삼백의 농산물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존 모르간 총감독은 "세계 모든 지역에 축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목표가 분명한 축제라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축제란 없다. 세계축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 2천여 개가 넘는 공연단체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공연축제의 감독다운 말이다.

지역 축제가 국내만 해도 차별화·특성화되어가는 추세여서 주제 선정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주의 맛과 멋과 꿈에서 꿈 쪽에 중점을 둔 결과 추출된 것이 소곤소곤 전래동화였다. 안성맞춤으로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이야기가 바로 곶감의 고장 상주와 잘 어울렸다. 전래동화는 어린이에게는 미래의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는 추억의 이야기이다. 미래 지향적이요 과거 회귀적이다. 바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재이다.

전래동화의 중심에는 순진무구한 동심이 자리 잡고 있다. 1960~1970년대 상주는 꽃 피는 '동시의 마을'로 전국에 알려졌었다. 상주는 아동문학의 보고였다. 살아있는 동심에 맑고 밝고 깨끗한 삼백의 정신(마음도 깨끗이·사회도 깨끗이·환경도 깨끗이)과 청정도시 상주의 만남은 금상첨화 '전래동화 페스티벌'로 축제의 방향을 잡게 되었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벽에 부닥쳤다. 가능성이 없다는 부정적 시각이 압도해왔다. 가뜩이나 준비기간이 짧아 애를 태우는데, 이해와 설득에 힘이 빠졌다.

그런 가운데 지역특산물 중심의 명실상주마을과 그림 같은 동화마을(책마을·공연마을·노래마을·이야기마을·영상마을·그림이야기마을·상주이야기마을)이 들어서고 개막일을 맞았다. 원근에서 많은 미래의 주인공들이 부모와 선생님의 손을 잡고 함께 찾아주었다. 참으로 고마웠다. 마음이 들뜬 나흘이 훌쩍 지나갔다. 전래동화축제 그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람은 이야기 속에 살면서 새 이야기를 만든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많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이야기가 통하면 모든 것이 통한다. 우리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 이야기를 들여오면 세계적인 축제로 변모할 것이다. 상주는 세계적인 아름다운 동화나라로 탈바꿈할 것이다.

일본 위성 '셀레네'의 애칭은 '가구야'이다. 이는 그들의 전래동화 '달로 돌아간 공주 가구야'에서 따온 것이다. 오래지 않아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 회자될 날도 곧 돌아올 것이다. 옛이야기는 인류의 보편의식의 유산이자 한민족 집단 무의식의 원형이다.

이야기에 녹아있는 민중성(해학·풍자·현실 비판·인습도덕 굴레 벗어던지기·약자 편들기·교훈)을 이해하고 우리의 정신적 유산인 옛이야기를 문화상품으로 개발한다면 문화적·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 클 것이다. 문화의 세기 그 중심에 꽃피는 동화나라 상주가 있다. 박찬선(상주낙동강삼백축제추진위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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