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매직 인사' 파문…대구·경북에서는?

군수 친구가 나서 "6급 승진 대가 2천만원 입금하라"

박성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일부 지자체 매직 공공연' 발언에 대해 대구·경북지역 관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과거엔 그런 일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았다. 박 위원장이 공약으로 내건 '정년 평등화' 실현을 위해 이처럼 발언하고 나선 게 아니냐며 배경을 분석하는 의견도 있었다.

◆"돈뭉치 주고 받았다"

경북 북부지역 한 군청에서는 모 군수 재임시절에 인사철만 되면 금품거래설이 난무했다. 당시 군수의 친구 A씨는 승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품을 요구했다. 6급으로 승진한 한 공무원이 A씨 통장에 2천여만 원을 입금했고, 승진한 한 민원담당 공무원도 1천여만 원을 입금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 조사 결과 A씨에게 승진 대가로 1천만~5천만 원 상당의 현금을 직접 건네거나 은행계좌로 입금한 군 공무원은 1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05년에는 5급 승진시험에 합격한 공무원 두 명이 A씨가 제안한 '승진턱' 2천만 원을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임용발령이 6개월 늦쳐졌던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군청의 6급 공무원은 "읍·면의 한 6급 공무원이 사무관 승진을 위해 2천만 원을 전달했으나, 되돌려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돈을 되돌려 받은 이유는 금액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중부지역 한 지자체에서는 공무원이 승진할 경우 '3사5서'(사무관은 3천만 원, 서기관은 5천만 원)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국회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주고 공천을 받은 혐의로 중도에 구속됐던 단체장 시절에는 승진을 하려면 돈을 줘야 한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았다. 정년을 1년도 채 안 남긴 한 6급 공무원이 돈을 주고 승진해 3년 더 공직을 연장받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사 대가로 '돈'보다 '당선'을 확실히 밀어주는 것으로 추세가 변하고 있다는 게 공무원들 얘기다.

중부지역 한 군청에서는 지방선거 때 당선을 위해 확실히 나선 공무원들이 점수와 관계없이 승진한 반면, 선거 당시 경쟁후보를 도운 공무원들은 승진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한 공무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금은 그런 일 없다"

하지만 많은 일선 시·군에서는 "과거의 어두웠던 관행인지는 몰라도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라며 공무원 사회에 만연했던 매직은 이제는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민선 4기 단체장들마다 취임과 동시에 인사청탁을 하면 오히려 승진에서 누락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

북부지역의 한 군수는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 인사를 청탁하는 것이다. 인사 청탁 공무원은 승진심사에서 우선적으로 탈락할 각오를 하라."며 청탁을 차단하고 있다. 동부지역의 한 시장은 지난 7월 정기인사 때 "인사청탁자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하겠다. 차라리 당사자가 직접 시장을 찾아와 인사 당위성을 설명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중부지역의 한 군수도 "지금은 인사청탁을 해도 직장협의회에서 요구한 직원들의 다면평가 점수와 인사고과 점수를 각각 5대 5로하는 인사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인사청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대구의 경우에도 비리가 있을 경우 시민단체, 언론 등을 통해 모두 터져나오는 실정이어서 감출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구 북구청 한 공무원은 "조직 내 서열이나 다면평가 등으로 인사가 이뤄지는데 몇천만 원씩 들여 승진욕심을 내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청과 서구청 공무원들도 "지난해 대대적인 공무원 퇴출제를 시도했었는데 만일 매직이 있었다면 하부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며 매직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또 박 위원장이 내세운 공약의 핵심이 정년 차별화 개선, 즉 정년 평등화이며 국회를 통해 정년 평등화법을 추진 중인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발언인 것 같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아직 고칠 점 많다.

대구·경북 공무원들은 승진과 관련한 금품수수 관행은 없어졌지만 요즘은 또 다른 유형의 '매직'이 성행하고 있어 여전히 고칠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인사 대가로 '돈'보다 '당선'을 확실히 밀어주는 것으로 추세가 변하고 있다는 게 공무원들 얘기다.

북부지역 한 군청 공무원은 "직원 인사에서 아직도 선거 때 현 단체장을 열심히 도운 사람들이 승진한다는 설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도 우선 승진하고 있다."며 "특히 선거때 열심히 눈도장을 찍은 공무원들은 모두 요직을 차지하는 등 인사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능력보다 손만 잘 비비면 승진을 하는 지금의 인사시스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부지역 모 시청의 하위직 공무원은 "팀제가 되면서 근무평정에서 팀장의 전횡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술·밥을 대접하고 아부하는 직원들이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과거에 인사청탁으로 수천만 원씩의 금품을 제공하는 것과 다를 게 뭐 있느냐?"고 반문했다.

동부지역 한 군청 공무원도 "묵묵히 일하는 공직자보다 아부하는 직원들이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줄서기와 다를 바가 없다."며 "각 지역 지차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급자의 관행적 음성 행위는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회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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