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춘문예 도전자들

스스로에게 '자극' 등단과 상관없어요

사진 왼쪽부터 원효경, 최정희, 우설안 씨.
사진 왼쪽부터 원효경, 최정희, 우설안 씨.

◇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사람들

. 최정희(52), 원효경(가명·42), 우설안(29)씨 . 그들은 올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도전을 준비중인 사람들이다. 최정희씨는 "시 쓰는 행위 자체가 행복이다."고 말한다. 원효경씨는 "시는 내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자 내 현실을 깨트리는 마법이다."고 정의한다. 우설안씨는 시를 쓰기 전에는 어디에도 제대로 적응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시작(詩作)은 '내가 나와 소통하는 매개'입니다."라고 말했다.

내과의사인 원씨는 매일 시를 쓴다. '시하늘'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접속한 상태로 하루를 보낸다. 환자가 없는 시간엔 어김없이 인터넷 카페를 둘러보거나 시를 쓴다. 주부이자 대구수목원 나무 해설 자원봉사자인 최정희씨 역시 종일 시를 생각한다. 매일은 어렵지만 일단 책상에 앉으면 하루 3,4시간 이상 시공부를 한다. 책상머리 공부뿐만 아니라 일상이 모두 시공부이기도 하다. 설거지를 하다가, 지하철 안에서, 나무를 보며, 나무 아래 집을 지은 곤충을 보면서도 시를 생각한다. 그녀는 10대에도, 20대에도, 중년의 아줌마가 된 지금도 동화책을 읽고 눈물 흘린다고 했다. 어쩌면 최정희씨는 동화처럼 살고 싶어서 시를 쓰는지도 모른다.

▶왜 하필 신춘문예일까?

원효경씨는 "신춘문예는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스스로 가하는 자극"이라고 했다. 굳이 신춘문예라는 관문 통과없이 '적한 타협' '적당한 비용'을 들여 시집을 낼 수 있고, 등단할 수도 있지만 '등단'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녀는 "이른바 신춘문예용 시라는 게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시는 내가 나를 이야기하고, 내가 나를 위로하는 행위"라고 했다.

▶끝내 등단하지 못한다면?

유러피언 플로리스트 우설안씨는 "등단과 상관없다. 죽을 때까지, 써지는 날까지 시를 쓸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일도 오래 해본 일이 없다는 그녀는 '죽을 때까지'라고 단정했다.

'시인'과 '일상인'의 차이는 일상을 보는 양자의 시각 차이일 것이다. 시인은 일상에 갇힌 자신을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시를 쓴다. 시인에게 시는 행이고 또한 불행이다. 시를 통해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니 행복하고, 더불어 시를 통해 일상의 중력을 분명하게 다시 확인해야 하니 불행하다. 오늘도 그들은 시를 쓴다. 쓰지 않을 수 없으니까.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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