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춘문예 에피소드

◇ 최고령·최연소 당선자

신춘문예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형식상 제한뿐만 아니라 개인의 열정에서도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다. 그래서 신춘문예 '병'은 고질병이다. 현재까지 신춘문예 최고령 당선자는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박찬순(당시 60세)씨였다. 시상식이 열리던 날 조선일보 7층 강당에는 회갑을 맞은 당선자의 대학동기들(연세대 영문과 65학번)이 그녀를 둘러싸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시상식장 밖에는 '60은 청춘이다.'는 화환이 '문학에는 계절이 따로 없음'을 증명하듯 빛나고 있었다.

역대 최연소 당선자는 소설가 최인호씨로 그는 1963년 서울고 2학년 재학 중에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벽구멍으로'로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선했다. 그는 3년 뒤인 1966년 단편소설 '견습환자'로 조선일보에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또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공동 당선자인 홍지현씨는 18세의 나이에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19세 되던 해 수상했다.

어린 나이에 신춘문예 당선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예창작학과 출신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문단에 나온 많은 작가들이 등단 이후 한동안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른바 '나이의 내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신춘문예 상금 얼마나 올랐나?

196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최인호씨는 "당시 상금이 10만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 돈으로 어머니 틀니를 해드렸다, 고 했다. 요즘 전국 유명 신문사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상금은 700만원-800만원 안팎이다. 신춘문예 상금은 얼마나 오른 셈일까.

1966년 신문을 살펴보면 당시 쌀 소매 값은 상품 한 가마 4천 300원∼4천 400원, 하품은 4천 원에 거래됐다. 요즘 쌀 한 가마의 소매 값이 16만원 안팎이다. 쌀값이 40배 정도 오른 것을 고려하면, 당시 상금 10만원은 요즘으로 계산하면 400만원에 해당한다. 근래 유명 신문사 신춘문예 단편소설 상금이 700만원∼8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쌀값 상승보다는 상금이 더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상금 인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쌀값을 물가의 정확한 기준으로 보기 힘든데다가 아직 당선 상금 200만원 혹은 300만원 이하를 내건 신문사도 많다.

△ 중복투고·표절 땐 당선 취소?

대부문 신문사는 중복투고를 금한다. 중복투고 했더라도 당선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양심상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그러나 동일한 작품이 두 군데 이상 당선됐을 경우, 미리 고지한 규정에 따라 당선은 취소된다. 2005년 경인일보는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이 다른 신문에도 중복 응모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당선을 취소했다.

서울신문은 2006년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을 당선 취소했다. 이 작품이 2004년 한국수자원 공사가 실시한 '물사랑 글짓기 공모' 입상작과 동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외에도 2002년 조선일보는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이 1989년 매일신문의 시 부문 당선작을 부분적으로 표절했다는 판단으로 당선 취소결정을 내렸다.

표절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중투고'에 대해서도 문학가들은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응모자들 중에는 최종심에 오른 작품이라면 완성도가 엇비슷할 것이고 심사위원의 취향에 따라 당선작이 결정될 수 있다는 노파심에서 이중투고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평론가들이나 심사위원들은 "요행히 당선만 노리는 얄팍한 이기심"이라고 평가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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