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춘문예 오해와 진실

잘 나가는 그들=신춘문예 출신?

왼쪽부터 김훈, 김형경, 공지영작가.
왼쪽부터 김훈, 김형경, 공지영작가.

◇ 유명작가는 모두 신춘문예 출신?

꼭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야 유명작가가 되는 것일까? 아니다. 연간 신춘문예를 통해 100명(장르 구분 없는 총합)이 넘는 신진 작가들이 배출되지만 이들 대부분은 무명으로 살아간다. 반대로 신춘문예를 통하지 않고 스타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소설가 김훈, 김형경, 공지영이다.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등을 내며 문단에 나왔지만 그때까지 수상경력은 없었다. '국민도서'인 '칼의 노래'를 출간할 때까지만 해도 문학상을 수상한 바 없었다.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2004년 단편 '화장'으로 이상문학상을, 2005년 역시 단편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춘문예 출신이 아니지만 굵직한 문학상을 두루 수상한 셈이다. .

소설가 김형경은 1983년 '문예중앙'에 시가, 1985년 '문학사상'에 중편소설 '죽음잔치'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신춘문예 출신은 아니다. 물론 그녀는 1993년 당시로는 놀라운 금액인 1억원 고료 국민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 역시 신춘문예 출신이 아니지만 한국 대표작가가 됐고, 그녀의 책은 '베스트 셀러'를 담보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작가 공지영 역시 신춘문예 출신이 아니다. 그녀는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상 경력 없이 작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후 21세기문학상과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문학상이 꼭 베스트 셀러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며, 베스트 셀러 작가가 곧 유명한 문학상을 휩쓸고 다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 등단하면 길이 활짝?

등단하면 작가의 길이 열리고 대중이 알아주는 작가가 될까? 답은 '글쎄요.' 이다.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로 등단한 조영아씨는 "신춘문예에 등단하면 원고청탁이 많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었"다고 말한바 있다. 신춘문예 등단이 곧 작가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는 매일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 이후 장편소설로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2006년)했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조영아씨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은 일반적이다.

장편소설 한두 편을 썼다고 해서 세상이 알아주는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단편소설 몇 편으로 자기영역을 확보하기란 무척 어렵다.' 는 게 문인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작가들은 "신춘문예는 대수가 아니다.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 신춘문예 통하는 공식 있다?

흔히 신춘문예 응모자들은 이른바 '신춘문예용 공식'이 있다고 믿는다. 단편소설의 경우 첫 문장을 짧게 써라. 첫 페이지가 재미없으면 심사위원들이 아예 안 읽는다. 구조적 안정성이 있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는 것이다.

그러나 신춘문예 3관왕(문학평론, 영화평론 부문)이자 여러 문학상의 소설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는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첫 문장이 길다고 싫은 것도 아니고, 짧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물론 첫 페이지가 강렬하면 좋다. 그러나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상투적인 표현을 쓴다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불필요한 표현을 쓴다면 오히려 감점 요인이다."고 했다.

그녀는 또 '첫 페이지가 재미없으면 심사위원이 아예 안 읽는다.'는 말 역시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첫 장부터 비문이 등장하거나, 캐릭터의 정체성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는 곤란하다. 예심은 당선권에 들어갈 만한 작품과 아닌 작품을 구별하는 정도인데, 초반부를 읽어보면 그 정도 느낌은 충분히 온다. 단순히 첫 장의 재미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강유정씨는 "구조적 안정을 꾀하려다보니 예전 당선작 경향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는 작품이 많다."며 그러나 "최근엔 조금 어설프더라도 작가의 장래성, 자기 기준 등 분명한 씨앗을 보이는 작품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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