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유정의 사랑한다면 이 영화를-동성애 영화

절박한 사랑에는 진정성이...

얼마나 멀리가면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 소설 '통도사 가는길'의 주인공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는 불륜의 대상인 그녀를 잊기 위해 통도사까지 간다. 통도사에 가면서 어머니와의 추억이 있던 삼랑진에 들르지만 결국 그 곳에 도착해 무너지고 만다. 아무리 멀리간다 해도 그녀를 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 사랑을 관철하기 위해 아주 먼 곳까지 떠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해피 투게더'의 두 연인, 장국영과 양조위이다.

금지된 사랑, 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유형의 연애를 생각한다.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것이 혼외정사이고 그 다음 쯤이면 근친상간, 롤리타신드롬 정도로 이어질 테다. 그런데 금지된 사랑하면 떠오르는 다른 연인들이 또 있다. 그들은 바로 제도에 편입될 수 없는 정념을 지닌 사람들, 제도권 안의 사람들이 지켜보기에는 불경하기 그지없는 사람들, 동성애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양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는 그런 의미에서, '둘이 행복하기 위해' 그들이 살고 있는 홍콩에서 가장 먼 곳,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간 이야기이다. 홍콩에서의 그들의 사랑이 허용될 수 없는 금지된 것이었다면 금지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그들은 멀리 달아난다. 하지만 아무리 멀리간다 한들 둘의 사랑에는 평온이 찾아들지 않는다. 피아졸라의 음악에 맞춰 탱고를 추는 그들의 모습은 서로의 몸에 체중을 기댄 채 걸음을 옮겨야 하는 이방인의 숙명을 느끼게 한다. 음악이 처연한만큼 그들의 사랑은 절박해지고 그 절박함만큼 둘의 사랑은 제도가 인정하는 완성과는 멀어진다. 이방인으로서 서로에게 의지하는 그들이지만 말도 물색도 다른 그 곳에서의 삶은 제도적 삶에서 유리된 그들의 소외를 강조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피 투게더'가 낭만적 일탈의 지점을 물리적 공간의 극한으로 끌고 갔다면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는 제목처럼 그 일탈을 일상 속에 융해해낸다. '후회하지 않아'의 두 인물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한국의 뒷골목 그 비루한 삶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비루함의 끝까지 파헤치려는 듯 집요하게 서로를 물고 늘어진다. 남성 신파 멜로라는 재미있는 호명이 따라붙은 이 작품은 하지만 실상 그들의 사랑이 그만큼 현실에서 용납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한편 남성들의 사랑이라 해도 이성의 사랑이 지닌 통속성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문제와 마주친다는 사실을 암시해주기도 한다. 동성애 역시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랑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동성애는 아마도, 두 개체의 만남이 새로운 개체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물리적 관습을 위배한다는 점에서 낯설고 불편할 것이다. 이 물리적 위배는 한편 재생산을 기반으로 한 사회의 제도와 법과 질서의 존엄성을 건드리기도 한다. 1+1=0이라는 도식은, 제도가 허용할 수 없는 부조리이다. 하지만 영화 속 동성애가 그들의 내밀한 사랑을 너머선 선언이 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열심히 사랑하고 그것을 관철하려 할수록 세상은 두터운 벽으로 그들을 밀어낸다. 도식을 깨는 도발과 위반, 위반의 진정성, 동성애자들의 사랑에는 절박한 만큼의 진정성이 내재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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