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암 투병 등 겪다 활동재개…화가 이명미씨

"내 작품인생에 새 봄이 왔지요"

겨울의 길목, 대구 수성구 범물동의 이명미(57) 씨 화실에는 봄기운이 화사하다. 빨강 노랑 원색 바탕 위로 등장하는 글자와 '원근법과 구도를 무시한 이미지와 색상' 위에 활짝 피어난 꽃 그림이 그렇다.

작가 스스로도 지금이 '인생의 새로운 봄'이다. 3년 전 위암 수술에 이은 딸아이의 병 수발로 그림판을 떠나 있다가 요즘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몇 번의 그룹전에 작품을 냈고, 12월 16일까지 MJ갤러리에서 열리는 '회화의 정체성 네 편의 메모'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9년에는 리안갤러리에서 개인전도 잡혀 있다. "

'봄이 왔어요'란 글자가 적힌 그림 앞에서 그는 '내 작품 인생에도 새롭게 봄이 왔다'고 선언했다. "미술계에서 떠나 있었던 2년 반의 세월 동안 내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겼다."는 그는 "지난 30년이 손재주를 익히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30년은 피카소처럼 작업할 시간"이라고 했다.

공백의 시간 동안 그는 '마티에르'를 발견했다. 눕혀 놓은 캔버스 위에 부어 놓았던 아크릴 물감이 굳은 것을 보고 새로움을 느꼈다. 이후로 그는 작업 속에 반짝이나 스티커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그는 "우선은 내 스스로 작업 과정이 재미있어야 감상자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려준다.

데뷔 이후 생멸한 동료 현대미술가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그는 요즘 미술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경매에 거품이 많은 것 같다' '반짝 스타가 많아 보인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 씨는 "분화장도 너무 심하게 하면 피부가 빨리 늙고, 가성도 너무 많이 쓰면 목소리가 빨리 간다"고 비유하며, 젊은 작가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 갈 것을 충고했다.

"공감대'를 넓혀 가는 게 생존조건"이라는 그는 "급속·급랭하는 시대일수록 예술은 '묵은 맛'이 나야 한다"며 "인생의 어두운 경험도 해 본 만큼 작품 내용도 그만큼 깊어질 것"임을 자신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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