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고 아파트경비원 퇴직금 소송…법원 화해권고

노동부 지침 잘못…입주민 덤터기

최저임금법 적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해고당한 경비원들이 '퇴직금 청구 소송'을 벌였던 동구 A아파트(본지 8월 1일자 2면, 10월 19일자 8면 보도)가 대구에선 처음으로 소송 금액의 절반을 경비원들에게 돌려주게 됐다.

대구지법은 최근 '퇴직금 중간정산은 탈법'이라며 해고 경비원 32명이 8천800만 원의 별도 퇴직금 및 연차수당을 요구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소송 금액의 절반을 경비원들에게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발송했다. A아파트가 2003~2006년까지 1~4년간 근무한 경비원들에게 1년치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12분의 1로 나눠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한 것은 기존 대법원 판결에 비춰 위법으로 판단된다는 것. 다만 대구지법은 경비원 스스로 중간정산을 요구한 점, 노동부의 잘못된 지침으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경비원들이 나머지 절반을 양보하는 것이 사회상규상 합당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는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였다. 화해권고는 2주일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재판상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데 논의 끝에 이의신청을 포기한 것. 그러나 아파트 측은 노동부의 잘못된 지침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아파트들과 연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노동부는 2006년 7월 1일 신규 지침 이전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며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중간정산은 1년의 계속 근로 후에만 가능해 노동청의 과거 지침을 따른 다른 아파트들 모두가 똑같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최저임금법 적용 이후 대구에서만 90여 개 아파트 단지가 1천200여 명의 경비원들을 해고했고, 경비원들의 퇴직금 청구소송이 봇물을 이룰 경우 노동청의 과거 중간정산 지침을 적용한 모든 아파트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신기락 아파트사랑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노동청의 잘못된 지침 때문에 아파트 입주민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며 "다른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 행정 소송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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