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이상한 대선

17대 대선전을 두고 '이상한 대선'이라고 한다. 투표일이 19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대선 열기가 좀체 일지 않고 있어서다. 각종 이슈가 나올 때마다 후보 지지율이 춤을 췄던 것과 달리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그럴까? 각 후보의 정책이 부각되지 않고, 토론이 없이 모두들 BBK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만 바라보느라 정작 본질인 대선에는 무관심한 이른바 무정책·무토론·무관심을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 때부터 지지율 1위인 이명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너무 오랜 기간 계속돼 국민들이 정치권의 공방에 식상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지지율이 6대 2로 큰 차이를 보이며 블록을 형성하고 있는 점도 전례없이 이상한 일이다. 보수 대 진보에 대한 지지율은 지역구도와 맞물려 늘 5대 5로 팽팽했던 것이 우리의 정치 지형이었다.

27, 28일 실시된 각종 여론 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42~39.2%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연일 BBK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같은 기간 20.2~14.7%의 지지율을 보였다. 두 보수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56.4~61.5%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1.6~18.6%,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3.8~7.9%,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2.2~3.5%,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1% 안팎으로 범여·민노 후보 지지율을 합하면 21.5~26.9%에 불과하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 지지율이 6대 2로 블록을 형성해 요지부동이자 급기야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29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참회', '석고대죄'란 용어까지 동원해 自省(자성)했다. 오충일 대표는 "상대방 공격으로 민심을 회복하고 지지도를 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신당은 서초동 검찰로 향했다. 이명박 후보의 BBK의혹 수사 촉구를 위해서다. 자성은 했지만 그래도 믿을 곳은 검찰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정말 검찰의 BBK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 큰 변화가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신당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개를 흔들고 있다. 그는 "이미 국민들은 BBK와 이 후보가 연관성이 있다고 지레짐작하고 있어 그것이 사실로 드러날지라도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물론 검찰 수사 발표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진보 세력의 표 결집이 일어나 이명박-이회창-정동영 3후보가 막판에 팽팽한 접전을 치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도 없진 않다.

만약 검찰 수사 발표 뒤에도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토록 흔들림 없는 국민 지지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선거 전문가들은 먼저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서 원인을 찾는다. 사실과 상관없이 국민들은 참여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보고 있고, 그래서 열린우리당 해체와 신당 창당을 했지만 참여정부와 연장선상에 있는 신당을 지지하기 어렵다는 풀이다.

또 이명박 후보에게 흠이 많지만 무경선 출마한 이회창 후보나 참여정부 실세였던 정동영 후보도 결정적 약점을 갖고 있어 선뜻 지지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게다가 이명박 후보를 지켜주는 것은 50%대에 이르는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도 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오랜 기간 5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17대 대선이 검찰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재 판세대로 끝난다면 이명박 후보는 물론 한나라당도 국민에게 무릎 꿇고 땅에 엎드려 감사해야 한다. 한나라당 스스로도 인정하듯 제 잘해서가 아니라 참여정부 실정으로 높은 정당 지지를 받고 있기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 진영도 얘기하듯 제 잘나서가 아니라 흠 많고 탈 많지만 경제 하나 살려보라고 지지하는 국민 앞에 엎드려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국민을 통합하고, 지역을 통합하고, 세대를 통합하는 '통합의 정치' 등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을 하나 하나 소중하게 챙겨야 한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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