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헛심만 쓰다 끝난 南北 국방장관회담

평양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끝내고 어제 밤늦게 귀환한 김장수 장관은 "협의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비록 몇몇 조치들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핵심 대목에서는 북측의 태도 변화가 없었다는 말이다. 제 것은 움켜쥔 채 내놓지 않고 받을 것은 다 받아 챙기겠다는 북측의 속셈이 드러난 것이다.

예상대로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남쪽에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자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북 정상선언의 핵심 합의사항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알맹이는 다 빠지고 일부 곁가지만 합의한 회담이 되고 만 것이다. 정부가 최근 일련의 남북 회담을 통해 49개의 경협 사업을 북측에 약속해주고 우리 국민들이 되받은 것은 그저 "잘 해보자"는 립서비스뿐이었다.

남북 간 각종 경협사업 합의와 추진은 군사적 보장 없이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북측이 이 중요한 문제는 도외시하고 회담 내내 NLL 무력화 공세만 펼쳤으니 결과는 뻔해진 것이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NLL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통일이 주춤하면 안 된다"며 되레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엉뚱한 말만 해댔다. 받을 것은 받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게 협상의 원칙이다. 제 문에는 빗장을 걸어놓고 상대방 것만 열라는 어거지는 한반도 평화에 관심없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군 수뇌부인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처럼 군사적 보장과 신뢰구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향후 장성급군사회담이나 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한다고 이견이 해소될 턱이 없다. 이런 회담은 백 번 해도 소용없다. 진정 북측이 남북 경제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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