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정혜진 지음/녹색평론사 펴냄
학창시절 양팔을 푹신한 베게에 얹고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밤을 새워가며 책을 읽곤 했었다. 그래서 내게 독서의 계절은 가을보다 밤이 긴 겨울이 떠오른다. 어른이 되어서도 겨울밤은 여전히 독서하기 좋은 시간인데 전문서적보다는 학창시절 읽었던 책들을 뒤적이며 추억과 새로운 느낌을 경험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손때가 묻은 문고판을 뒤적이는 것이 사치처럼 생각되고 불안한 마음이 앞서 결국은 환경관련 책을 선택한다.
지난 10월 전 미국 부대통령 엘 고어와 IPCC(기후변화를 위한 국제위원회)가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부터는 나의 불안 증세는 더 심해졌다. 전쟁, 기아, 빈부격차, 질병보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문제가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것이 된 것이다.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시간이 이제 8년뿐이라는 IPCC의 주장에 편안한 마음으로 고전에 빠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번에 선택한 책은 지난 주 현직 기자로 활동 중인 작가의 출판 기념회에서 받아온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이다. 200쪽이 넘지만 재생지로 만들어져 가벼워서 부담이 적었는데 좀 재미가 없더라도 1주면 다 읽으리라 생각했는데 기우(杞憂)였다. 한 밤중에 커피를 한 잔 더 마셔가며 첫 날 밤 책의 반 이상을 읽고 아쉬워서 뒷부분을 대충 훑고 새벽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도시는 지구 표면의 2%이지만 자원의 75%를 소비하므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 즉 에너지를 과감하게 줄여나가는 '착한 도시'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저자가 방문한 유럽, 호주, 아메리카의 착한 도시들을 통해 도시와 시민이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그리고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도시 구성원들이 창의적이고 소박한 실천의 변화는 산업의 발달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사회에 활기가 넘치고 자치가 발달하며, 주민들이 자기 고장에 대한 애정도 높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귀차니스트', 바쁜 도시인, 쇼핑과 재테크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환경실천도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책의 구석구석에 위치한 유용한 정보들은 책을 읽은 후에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그녀의 2년 6개월간의 자동차와 별거와 자전거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맑은 바람과 풍성한 삶이 있는 거리를 상상하게 하는 즐거움을, 긍정적인 접근은 마음의 평온을 안겨준다.
이 책 덕에 매년 11월 마지막 금요일인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을 잘 기념했고 책을 다 읽은 오늘은 스위치가 부착된 절전형 멀티탭을 샀다. 현명하고 행복한 도시인이 되길 원한다면 이 책을 구입하고 그녀와 함께 짧지만 멋진 여행을 떠날 것을 권한다.
안경숙(닥터안자연사랑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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