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장인 연말 술자리] 여자가 말한다

"직장상사 블루스 추자 할 땐 정말 부담"

"직장내 연말 술자리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기보단 오히려 쌓이는 자리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아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직장 상사가 술을 핑계로 같이 블루스를 추자고 할 때엔 정말 부담스러워요. 거절하자니 기분 나빠할까 걱정이고 블루스를 추자니 주변시선이 부담스럽고…."

매일신문의 직장인 대상 연말 직장내 술자리문화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 직장인은 92명. 공무원, 은행원, 제조 및 유통업체 직원 등 업종을 망라한 이번 조사에서 여성 직장인들은 비뚤어진 회식 문화에 따가운 비판을 쏟아냈다.

▶블루스 강요, 스킨십 시도… '성희롱 소지 많다'

'연말 회식 술자리 이런 남자 정말 싫다'고 생각하는 유형(복수 응답)을 물은 결과 55명이 '노래방에서 블루스를 강요하거나 추근대는 남자'를 꼽았다. 그 뒤를 이어 44명이 '스킨십을 시도하는 남자'라고 답했다.

싫어하는 남자 유형을 꼽은 전체 196명 중 두 항목의 유형이 99명으로 51%를 차지했다. 또 여성들은 '연말 회식 술자리 후 가는 노래방에서 이런 사람 정말 꼴불견이다'고 생각하는 유형을 묻는 항목에서도 54명이 '블루스 추자고 고집하는 사람'을 꼽아 1위에 올려놨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보면 연말 회식이나 노래방 모임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블루스와 같은 신체 접촉 행위 및 스킨십을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직장인 ㄱ씨는 "성희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직장내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반면 회식 술자리나 노래방 모임에선 술을 핑계로 블루스를 추자는 남성들이 없지 않다."며 "남자들은 친목을 다진다고 둘러댈지 모르지만 여성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ㅈ 씨도 "자칫하면 성희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블루스를 같이 추거나 스킨십을 시도하는 행위는 않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남성중심적 회식문화에도 "할말 많다"

여성들은 술을 강요하는 회식 분위기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회식 술자리 이런 남자 정말 싫다' 항목에서 35명이 술 강요하는 남자를, '이런 상사 정말 싫다'에서는 43명이 '술을 강권하는 상사'를 꼽았다. "단합을 명목으로 소주나 맥주를 한두 잔 같이 마시는 것은 이해하지만 참석자 모두에게 소주 폭탄주를 몇 잔씩이나 똑같이 돌리는 것은 견디기 힘들어요. 술에 약한 여성들에게 술을 강권하는 회식은 괴롭기만한 자리입니다."(ㅂ씨) 욕설과 험담·폭언하는 남자, 시비 거는 남자도 여성들이 싫어하는 유형으로 꼽혔다.

싫어하는 상사 유형으로는 '시종일관 업무 이야기하거나 잔소리하는 상사'(35명), '기름기나 고춧가루 묻은 잔 돌리는 상사'(29명), '먹고 죽자면서 계속 고(GO)하는 상사'(26명)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노래방에서 이런 사람 정말 꼴불견이다'는 항목에서 여성들은 '블루스 추자고 고집피우는 사람'에 이어 '다른 사람이 노래하고 있는데도 마이크를 놓지 않는 사람'(38명)을 꼽았다. 또 '도우미 부르자는 사람'(26명), '노래방 예약시간이 끝날 만하면 카운터로 달려나가 시간을 연장하는 사람'(23명)이 뒤를 이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