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우경희(39·여·대구시 동구 불로동) 씨는 연말연시마다 돌아오는 회식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밤늦게까지 2, 3차로 과도한 음주가 이어지기 때문에 다음날 업무에도 지장이 많다. 하지만 상사, 후배들이 모두 참석하는 자리에 빠질 수도 없는 일. 우 씨는 회식자리에서 몰래 소주잔에 물을 따라 마시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건강을 지킨다. 우 씨는 "과도한 음주가 아닌 영화나 공연을 보러가거나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간소하게 연말연시 회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마다 돌아오는 연말연시 회식이 악몽같다는 직장인들이 많다. 한해가 지나간다는 아쉬움에 과음이 이어지다 보면 다음날 숙취로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연말 회식을 무사히 마쳤다고 해도 새해가 되면 또 다른 회식이 기다리고 있다.
매일신문 주말팀은 대구은행, 대구시청, 동아백화점, 삼익THK, 한국델파이, 한국OSG, 한국전력 대구사업본부 등 대구지역 7개 일터 남녀 직장인 1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연말연시 회식문화를 해부했다. 직장의 회식은 동료간 단합을 위해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술자리라면 괴로움만 남는다.
직장인들이 말하는 회식자리 남녀별 '워스트 5'를 선정했고, 직장인 회식에서 빠질 수 없는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노래 베스트 10'과 연말 술자리 고민 해결 및 대처법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연말 회식 대체로 만족
직장인들은 직장내 회식문화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전체 응답자의 59.0%인 105명이 연말연시 회식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만족하는 이유로는 '동료간의 단합자리이기 때문'(86명)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9명), '그냥 술자리가 좋다.'(6명),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5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으로는 '가끔씩 술자리를 해야 정이 든다.' '잠시 공적관계에서 벗어나 업무 외적인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등이 있었다.
반면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과도한 음주 때문'이라는 응답이 42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항상 같은 방식이어서'(22명), '모두 참석해야 한다는 압력 때문'(14명), '일과 후 직장동료와 어울리고 싶지 않아서'(1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하고 싶지 않은 것도 강요받기 때문', '술 자체가 싫다.'는 의견도 있었다.
▶12월 회식 빈도
12월 한달 동안 회식빈도에 대한 설문에서는 '2, 3회'가 86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회'(52명), '4, 5회'(29명), 10회 이상(5명), 6~10회(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술자리 외에 연말 직장 회식문화로 가장 적당한 것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는 74명이 '영화·공연 등 문화활동'이 가장 좋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맛집을 찾아다닌다.'(58명), '동료들과 운동'(25명), '음주와 노래'(19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기타의견으로는 '야유회가 좋다.', '그때 상황에 맞게 인솔자가 선택하는 것이 좋다.', '술을 적게 마시면 좋다.'라는 응답이 있었다.
▶건강 지키는 노하우
연말 술자리에서 건강을 지키는 나만의 노하우에 대한 질문에서는 '회식 전 밥을 꼭 먹고 간다.'가 50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구석자리에 앉는다.'(41명), '2, 3차 갈 때 몰래 빠져나온다.'(36명), '술을 몰래 버린다.'(28명), '화장실에 자주 간다.'(13명), '가족모임이 있다면서 회식을 피한다.'(2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소주와 물을 희석시킨다.', '무조건 마신다.', '술을 많이 안 마신다.', '소주잔에 물을 담아 마신다.', '무조건 원샷을 하지 않고 페이스를 조절한다.', '주량의 70% 정도만 마시면서 시간을 조절한다.', '물을 많이 마신다' 등 기발한 노하우도 있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완투가 능사는 아니다"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한 경기를 치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고 그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술자리도 마찬가지다. 모임이 많은 12월, 이달만큼은 당신은 마운드 위에 선 투수라고 생각하라.
▶완투가 능사는 아니다=반드시 남아야 할 자리, 중간에 가도 될 자리를 가려라. 올 시즌 20승을 돌파한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는 완투 능력이 뛰어나지만 항상 완투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처럼 뒤는 나중에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에게 맡기자.
▶체력을 안배하라=2, 3차까지 자리가 이어질 수도 있다. 오랜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삼성 투수 전병호는 야구공의 실밥이 보인다고 할 정도로 느린 공을 던지지만 페이스 조절 능력에서는 노련함이 묻어난다. 34살의 나이에도 그가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다.
▶강타선은 피하고 하위타선을 공략하라=고의사구를 잘 활용해야 한다. 섣불리 모험을 걸 필요는 없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는데 정면 승부를 하다 그로키 상태가 될 수 있다.
▶마운드에서 시간을 끄는 것도 요령이다=적절한 때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라. 하지만 상대의 견제(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술잔)가 들어올 우려도 있다. 견제구를 한 번씩 던지고 마운드에서 잠시 숨을 고르면 상대 타자의 리듬을 끊을 수 있다.
▶최후의 순간에는 정면승부다=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면 술자리를 주도하는 사람과 잔을 부딪쳐라. 4번 타자에게 정면대결을 시도하고 장렬한 최후를 맞으라. 하위 타선에게 홈런을 맞으면 민망하지만 4번 타자에게 맞으면 그럴 수 있는 일로 넘어간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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