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한미군 캠프조지 근무 '피터 김' 중령

쌍둥이 아들과 치고 달리며 부자의 情 '홈~런'

"쌍둥이 아들과 함께 야구를 즐기면서 한국인들과 우정을 쌓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한 팀에서 뛸 수 있는 대구가 너무 좋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7시 대구시 남구 봉덕동 캠프조지 장교숙소. 미 19지원사령부 군수처에 근무하는 피터 김(40) 중령과 부인 앨리나(38), 쌍둥이 아들인 니콜라스·클린턴(17)이 정답게 야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주한미군 중에서도 소문난 가족야구광이다.

김 씨는 대전에서 태어나 네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주한미군이 돼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1991년에는 동두천에서 근무했고 2004년 가족과 함께 한국을 다시 찾았다. 그 뒤 의정부와 용산을 거쳐 지난해 7월 대구에 왔다.

"내가 태어난 뿌리를 찾고 싶어 한국 근무를 지원했습니다. 앨리나가 한국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있었고 아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쌓게 하고 싶었습니다."

김 씨와 두 아들은 지난 4월부터 한국과 미국인 사회인야구팀인 'KA 이글스'에서 야구를 하면서 한국인들과 우정을 쌓고 있다. 부자가 함께 선수로 뛰는 사회인야구팀은 거의 없다. 세 부자는 팀에서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김 씨는 유격수를 맡고 있고 니콜라스는 좌익수 겸 투수이다. 클린턴은 중견수와 2루수를 맡고 있다. 이들에게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한국인들과의 야구경기는 즐거움 그 자체다.

김 씨는 미국 고교시절 야구팀에서 최고의 타율을 자랑했지만 대학에 진학하면서 야구를 그만뒀다가 한국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김 씨는 "미국에는 아마추어 야구팀이 거의 없는데 대구에는 사회인야구팀이 너무 많아 놀랐다."면서 "두 아들은 한국에서는 또래에 비해 잘하는 편이지만 미국에서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잘 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니콜라스는 "우리 가족 중에서 야구 실력이 가장 없는 편"이라고 겸손해 했다. 클린턴은 "아버지가 야구하는 걸 보면서 자랐다."면서 "형과 아버지와 함께 한 팀에서 야구를 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두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지만 엄격하기도 하다. 아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야구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게 한다.

김 씨와 두 아들은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도 많다. 니콜라스는 한화 이글스의 팬이고 클린턴은 SK 와이번스의 팬이다. 김 씨는 삼성 라이온즈의 팬이다. 니콜라스는 김병헌 선수를 좋아하고, 클린턴은 이승엽 선수를 좋아한다. 클린턴은 "이승엽은 대단한 타자"라고 말했다. 앨리나는 "두 아들과 남편이 뛰고 있는 KA 이글스가 제일 좋아하는 팀"이라면서 "최고의 선수는 막내인 클린턴"이라고 웃었다.

김 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 장교로 참전했다고 한다. 김 씨는 아버지가 ROTC로 지원해보라는 조언을 듣고 군인의 길을 걷게 됐다. 외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데다 가족과 함께 다니기 때문에 군인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김 씨 가족은 내년 여름쯤 한국을 떠난다. 두 아들은 미국으로 돌아가 대학교에 진학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씨는 "언젠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두 아들 역시 아버지처럼 군인의 길을 걸을 생각이다. 김 씨 가족은 대구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앨리나는 "대구를 알기 전에는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서 "대구사람들은 외국인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들과 아버지간 벽을 허물 수 있는 것은 야구만한 것이 없다."면서 "아들과 공을 주고 받으면서 마음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 선수·가족 모여 바비큐 파티 친선 도모…KA(Korea America) 이글스팀

KA(Korea America) 이글스는 지난해 12월 창단됐다. 창단의 주역은 최종문 대구방송 야구해설위원이다. 최 위원은 현재 이 팀의 감독을 맡고 있고,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 위원은 "미국인과 한국인이 야구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우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창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팀에는 미국인과 한국인이 각각 10명 씩 선수로 뛰고 있다. 미국인 선수는 모두 주한미군이고, 한국인 선수는 대구지역 사회인야구팀의 감독이나 단장들이다. 한국인 선수는 대구지역 사회인야구팀 500여 팀의 감독이나 단장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선발한다. 감독, 단장들은 자신의 야구팀에서 선수로 뛸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소속된 독특한 팀이기 때문에 참가하려는 한국인 지원자가 많다.

KA이글스는 야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두달에 한번 씩 한국인과 미국인 선수 가족들이 모여서 바비큐 파티를 여는 등 친선도모를 자주 한다.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에 비해 야구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선진 야구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A 이글스는 올해 17개 팀이 참가한 삼성 라이온즈 사장기 공무원 야구대회에서 16경기를 펼쳐 11승 5패를 기록, 5위를 기록했다.

최 위원은 "주한미군들이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야구를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갔으면 한다."면서 "한국사람들도 미국인과 어울려 야구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유대관계를 친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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