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두 여자가 만났다.
한 명은 광고디자이너, 또 한 명은 전업 주부. 광고디자인 일을 하던 이정언(33) 씨와 전업주부 김순희(39) 씨는 가구 위에 그림을 그리는 포크 아트 공방에서 처음 알게 됐다. 이 씨가 집 근처에 취미 삼아 공방을 열었는데 김 씨가 마치 '제 가게'처럼 열심히 드나들다 친분을 쌓게 된 것.
솜씨와 열성, 마음 씀씀이에 서로 반한 이 둘은 마침내 손을 잡았다. 이들은 의기투합해 함께 세라믹페인팅 공방을 차리면서 동업자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
2007년 12월, 두 여자가 일을 냈다.
이 둘의 합작품인 세라믹페인팅 공방이 마침내 '전국구'가 된 것. 공방 문을 연 지 1년 10개월 만에 가맹점이 전국에 11개로 늘었다. 이 둘의 만남과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사실 당시 둘은 크게 친하진 않았다. 그저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세라믹페인팅은 전혀 알지도 못했다.
세라믹 페인팅은 도자기 위에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작업이지만 둘 다 시작 당시 도자기에조차 관심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저 그렇게 알게 된 두 사람이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에 뛰어든 셈이죠. 아마 아무것도 몰랐으니 무턱대고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작정 가마와 물감부터 샀으니까요."
일단 가마와 미국산 물감 수백만 원어치를 무작정 구입, 그릇 위에 그림을 그린 후 구웠다. 그런데 물감이 갈라졌다. 우리나라 도자기와 외국 물감 내열온도가 달랐기 때문이란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 후로 둘은 독기를 품었다. 각각 영역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머리도 맞대면서 도자기의 특성부터 물감과 유약까지 처음부터 새로 시작했다.
그 결과 둘 만의 물감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21가지 색상에, 총 네 가지 종류로 늘었다. 수채화 느낌은 물론 입체감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물감 성분과 첨가물 비율 등은 일일이 실험을 통해 만들어나갔다. 끈질기게 매달렸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하면 전국 어디든 달려갔다.
"새롭게 뭔가를 찾아내는 희열이 대단해요. 물론 누구나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그것을 잘 공개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비전공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린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이젠 본점인 '마마스핸즈'를 찾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고, 1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점까지 생겼다. 사업이 커질수록 동업자의 관계는 흔들리기 마련. 둘은 '돈'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한다. "우린 수입을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눠요. 심지어 한 사람이 강의를 나가도 강의료까지 반으로 나누죠. 믿음을 토대로 서로 다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지요."
이젠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남편들은 밤늦게도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둘이 사귀냐."며 핀잔을 줄 정도. 수강생을 포함해 100% 여자들만의 '놀이터'인 만큼 주부로서, 여자로서 이해도가 높다.
사실 둘의 성격은 정반대에 가깝다. 둘은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아귀가 꼭맞는 퍼즐같다. 이 씨가 적극적이고 활달한 반면 김 씨는 조용하고 꼼꼼하다. 일도 마찬가지. 이 씨가 큰 틀을 짜고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한다면 김 씨는 이를 수습하면서 안살림을 도맡는다.
"상대에 대해 '저것도 내가 하면 되는데'하는 마음을 갖는 순간 관계가 깨질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없으면, 저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는 믿음이 우리 관계의 밑바닥에 깔려 있어요." 정말 바쁘게 살아가는 이 둘에겐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다.
"사회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은 저로선 정언 씨에게서 사람 만나는 법을 배워요. 정언 씨가 너무 앞서나가면 제가 다잡아주니까,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죠." 혹시 생기게 되는 오해나 문제 푸는 방법도 쉽다. 오해가 생기면 맥주 한잔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그러고 나면 웬만한 오해는 다 풀린다는 것.
"아마 우리가 이웃사촌으로 만났다면 서로 눈인사하는 사이로 그쳤을 것 같아요. 너무 달라서 꼭 맞는 우리, 참 특별한 인연이죠?"
최세정기자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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