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신문 제6기 독자위원회 5차회의 열려

"선도언론으로 '지역의 좌표' 잘 읽고 있는가"

"변화의 시대와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신문이 되라."는 독자위원들의 매일신문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과 아낌없는 조언은 마지막 회의까지 이어졌다.

매일신문사 제6기 독자위원회의 5차 회의가 지난 30일 오후 5시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1년간의 독자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는 이 자리에 참석한 독자위원들은 요즘 같은 위기의 시대에 '좀 더 나은 기사'로 '더 많은 지역민'에게 다가서며 지역 대변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매일신문 전 구성원들이 '일일신(日日新)'하는 결연한 의지와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 학자로서 매일신문 지면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함께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아온 김동률(KDI 연구위원) 위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매일신문에 대한 애정을 거듭 표명하며 급변하는 언론환경에 대한 더욱 신축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마중물'(펌프로 물을 퍼 올릴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위에 붓는 물)이란 옛말을 떠올리며 먼저 입을 연 김 위원장은 "1년가량 매일신문 독자위원 활동을 위해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내 고향에 봉사한다'는 생각에 즐거웠지만, 마음이 무거운 측면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독자위원회의 다양한 지적과 제안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일"이라며 "대구의 침체된 도시 분위기와 지역민의 보수적 성향에 대해 신문이 더욱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매일신문이 지역의 선도언론으로서 지역의 좌표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늘 성찰해야 한다."며 "독자의 새로운 기대를 저버리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신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욱(원화여고 교장)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도 역시 교육 문제로 말문을 열었다. 이 위원은 "요즈음이 대통령 선거 시즌이기도 하지만, 대학입시의 계절이기도 하다."며 "대선에 관련된 기획기사는 넘치는데 반해 대학입시에 대한 기사는 주변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선 못지않게 중요하고 독자들의 관심이 많은 입시와 교육 기사가 자칫 선거판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이어서 "교육관련 기사가 지면 곳곳에 단편적 산발적으로 게재돼 기사의 양에 비해 적시성이나 초점이 희석되는 사례가 적지않다."며 "교육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해 이를 더욱 고품격 섹션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위원은 또 "매일신문은 석간의 특성상 뉴스가 전국지와 조간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면의 정체성에 대한 보다 면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조광현(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위원은 "매일신문은 대구·경북 지역 최고의 유력지인 만큼 지역사회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성 또한 강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체적으로 균형 있는 논조의 유지는 물론 이슈 제기나 대안 제시 등에 있어서 그만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 위원은 "'지식창조형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 관련 기사 등 매일신문이 중점적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있는 내용들이 자칫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여과없이 수용해 (좋은 방향으로만) 여론몰이식으로 몰고나가는 경향이 없지않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성 보도가 아니라 그 타당성이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분석하고 검토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언론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라는 것이다. 대선공약에 대해서도 단순한 소개에 그칠 게 아니라 그 가능성과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시·도 의회 활동 등 지방 정치에 대한 보도 또한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단순한 사실 보도만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매일신문의 지역적 정체성이 과연 '지역신문'인가, '전국지의 아류'인가에 대한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치를 홀대하는 지역언론' '지방분권을 외치면서도 지역정치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지역언론'이란 논리의 상충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역 뉴스를 전폭적으로 보강하고 지역 정체성과 논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위원은 "매일신문이 지역민들을 배려하고 지역신문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경우도 얼마든지 많다."고 칭찬을 앞세우며 "'이웃사랑'이나 각 지역의 축제를 시의적절하게 등장시켜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달라진 여행 풍속도에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그러나 독자들의 변화에 대한 기대에도 더욱 부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편집기능의 강화와 새로운 시도, 특히 최근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민들의 욕구가 향상된 만큼, 기존의 지면구성에서 벗어난 과감하고 다양한 편집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선이라는 정치의 계절을 잘 활용해 지역의 현안을 부각시켜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 실천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태(화성산업 상무이사) 위원은 "독자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문과 언론을 보는 시각이 한층 넓어졌다."고 운을 떼며 "심각한 수준에 이른 건설경기 등 지역 경제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때일수록 매일신문이 이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등 좋은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은 또한 "매일신문 지면이 전국지와 차별화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동정면이나 문화면 등"이라며 "지역민들의 크고작은 활동상이나 각종 행사 내용 등을 더 많이 반영해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독자위원들은 "매일신문 기자와 구성원들의 역량을 조금만 더 발휘해도 한층 더 나은 신문을 만들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대안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조윤숙 위원과 이동욱 위원은 해외출장 등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택수 본사 편집국장은 "독자위원들의 따가운 지적과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매일신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특별나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또한 "매일신문은 지금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라며 "콘텐츠 혁신과 지면 쇄신을 통해 새해에는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설 것"임을 약속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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