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모 구청에서 일하는 상시고용직 근로자 A씨(34·여)는 매달 월급 명세서를 볼 때마다 기가 막힌다. 10년 동안이나 사무보조원으로 일했지만 손에 쥐는 것은 고작 80만 원 남짓. A씨는 "주변에서 관청에서 일한다며 공무원 취급을 할 때마다 속이 끓는다."며 "10년 동안 일해왔지만 고용이 안정된 점만 빼면 아르바이트생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대구시를 비롯, 각 구·군의 상용직 근로자들이 '무늬만 정규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됐지만 이름만 바뀌었을 뿐, 예전 일용직 시절처럼 일당제로 임금을 받는데다 이마저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지난달 말 대구시에 따르면 시와 각 구·군에서 올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상용직 근로자는 1천500여 명. 이 가운데 전문성을 지닌 청원경찰과 환경미화원을 제외한 각종 사무보조원은 3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기본급이 노동부가 정한 최저임금액인 하루 2만 7천840원에 근무일수(22일)를 곱한 61만 2천480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근속가산금과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 주차수당(1주일에 5일간 근무하면 하루치를 더 지급하는 수당) 등을 더하면 지급액은 92만 원 남짓. 하지만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공제를 하고 나면 실제 받는 금액은 매달 82만 원이 고작이다. 일당제인 탓에 월 급여액도 들쑥날쑥이다. 실제 추석 연휴가 길었던 지난 9월의 경우 기본급은 47만 원이었다. 다른 구청에서 일하는 B씨(29·여)는 "공무원과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 공무원도 아니고, 일용직도 아닌 우리는 영원한 주변인"이라며 "우리 스스로 '일용잡급직'이라며 자조한다."고 말했다.
정규직화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직급 분류가 되지 않아 각종 수당에서 제외되고 근무 연차에 따른 임금 차이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업무 숙련도와 상관없이 갓 고용된 직원과 근무 연수가 10년이 넘은 직원의 임금이 같은 불합리한 임금 체계에 얽혀 있는 것. 지급되는 수당도 주 5일제에 따른 임금 보전 차원인데다 비슷한 사무보조 업무를 하더라도 해당 부서에 따라 임금 차이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모 구청의 경우 건설 분야에서 사무보조로 일하는 상용직 근로자의 경우 다른 사무보조원에 비해 하루 1만 원 이상 많은 하루 4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서는 대구시가 공무원과 유사한 업무를 하면서도 근로조건에서는 크게 차별받는 상용직 근로자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제주자치도의 경우 최근 상시고용직 근로자의 임금을 내년부터 월급제로 전환키로 하면서 상용직의 임금체계는 공무원 봉급 처우개선율만큼 인상률을 적용하고 매년 1회 승급하는 등급제로 전환키로 했다는 것. 또한 상용직 근로자가 2천500여 명에 이르는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이들에게 일반직 공무원 9급 1호봉이나 기능직 10급 1호봉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상용직근로자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데다 예산 타령만 하고 있어 불합리한 처우가 계속되고 있다."며 "단순히 고용안정만 이야기하지 말고 동일한 노동을 하면 동일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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