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 대선 유세차량 '최첨단 경쟁'

▲ 제17대 대통령 선거 후보의 유세 차량이 초대형 LCD(LED) 모니터, 무선 인터넷 장치, 인공위성 송수신 안테나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춰 눈길을 끌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제17대 대통령 선거 후보의 유세 차량이 초대형 LCD(LED) 모니터, 무선 인터넷 장치, 인공위성 송수신 안테나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춰 눈길을 끌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330.2cm(130인치) 초대형 LCD(LED) 모니터, 무선 인터넷 장치, 인공위성 송수신 안테나, 초경량 발전기, 확성장치. 최첨단 통신 시설을 한자리에 갖추고 움직이는 차량이 있다. 대통령 선거 유세 때 사용하는 '연설대담용 차량'이다. 지난달 27일 제17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 운동' 이 시작되면서 각 후보의 연설대담용 차량이 서울의 각 중앙당에서 대구로 공수됐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유세 차량. 낮에도 잘 보이는 LED모니터 장치에 전국 동시 생중계가 가능한 위성시스템까지 설치된 이 차량은 5t 화물차를 개조한 것. 이 차량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부산에서 펼치는 거리 유세 현장을 생중계로 볼 수 있다. IT강국의 장점을 잘 살린 유세 차량인 셈.

이처럼 이번 대선의 '연설대담용 차량'이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지난 16대 대선 때 일반 트럭을 개조해 확성장치만 달아 유세했던 것과 달리 위성시스템과 초대형 모니터가 달리면서 차량만으로 이뤄지는 멀티 유세가 가능해진 것. 후보들이 전국을 다니지 못하더라도 차량만으로 후보들의 유세를 매일 볼 수 있어 선거운동 효과까지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연설대담용 차량 13대 역시 27일 서울에서 대구로 공수됐다. 대구시당에 지원된 2.5t 트럭 1대와 1t 트럭 12대 모두 위성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명박 후보 차량은 실시간 생중계와 더불어 녹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영상을 녹화해서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최첨단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차량 대여비도 껑충 뛰었다. 대통령 선거 기간인 22일 동안 차량을 대여하는 데만 1t 트럭의 경우 1천600만 원 수준. 5t트럭의 경우 3천만 원을 웃돈다. 무엇보다 대통령 후보의 연설대담용 차량이 최첨단을 달리면서 대구 지역의 운송 업체들은 찬밥 신세가 됐다. 대구개별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협회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30일 현재 유세 차량을 단 한 대도 대여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중앙당에서 일괄 제작해 지방으로 내려보내면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 2002년 대선 때 40대 이상의 유세 차량을 대여했던 대구 화물자동차 업계는 이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당연히 이번 대선에도 주문이 몰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전화 한 통도 없었다."며 "너무 답답해서 서울 한 정당 당사에 문의했더니 당 차원에서 일괄 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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