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67세 된 할아버지가 숨진 지 한달 이상 지나서야 발견됐다. 이상한 냄새를 맡은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하고서야 노인의 죽음이 알려졌다. 서울의 또다른 다세대주택에 사는 66세 된 할아버지도 숨진 지 이틀 만에 우편물을 전달하러 온 이웃에 의해 발견됐다.
급속한 고령화'핵가족화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급증하는 요즘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이 홀로 쓸쓸히 죽어가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한다. 이른바 '孤獨死(고독사)'다. 흔히들 赤身(적신)으로 와서 赤身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고독사' 라는 이 신조어 앞에서 현대사회 인간 단절의 병폐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세계 최장수국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고도쿠시(孤獨死)'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게 됐다. 일본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사회문제화됐다. 지난해 도쿄(東京)에서만도 고독사한 노인이 2천714명이었을 만큼 심각하다. 평균 1주일 만에 시신이 발견됐고 심지어 6% 정도는 한 달쯤 후 발견됐다. 수년 전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에서 70대 노인이 숨진 지 무려 9년여 만에 발견된 사실은 고독사의 비참함을 말해 준다. 이 때문에 요즘 일본에서는 쓰레기나 가스'수도사용량 확인 등을 통한 獨居(독거)노인들의 안부 확인 서비스업이 인기라 한다.
우리 사회의 독거노인도 1998년 49만 명에서 2005년에는 83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을 만큼 급증세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65세 이상 독거 노인 14만 2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42.4%가 이웃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한 명도 없는 노인이 7%, 있어도 한 달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가 24%, 이웃과도 연락하지 않는 노인이 40%나 됐다. 고독사가 상존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 누구라도 홀로 외롭게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 다행히 우리 정부도 최근 고독사의 문제점을 인식, 예방사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독거노인 생활지도사'를 도입했고, 내년 예산에는 독거 노인 5천 가구에 고독사 방지를 위한 감지 센서 설치, 건강상태를 원격 체크하는 '유 케어(U-care)' 시스템 도입 등도 반영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고독사 방지가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 시대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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