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수도권 표밭갈이에 나서며 "국민후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이동 중 토막잠으로 하루 평균 4시간 수면의 강행군에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 힘이 절로 나고 할 일이 너무도 많다."며 주먹을 불끈 쥔다. 1일부터 이틀간 그와 동행했다.
◆'이명박 견제'=이 후보는 1일 오전 혼자 사는 할머니를 찾은 데 이어 주부들의 자발적 조직인 '행주치마 발대식'에 참여했다. 주부 500여 명이 '아줌마가 이회창을 구하자.'며 '오빠'라고 연호하자, 그는 "역시 주부들이 모여야 진짜 열기가 난다. 그동안 열심히 뛰었지만 뭔가 외롭다고 느꼈다."고 화답했다. 발대식 뒤 경기도 원당 재래시장·일산 롯데백화점·의정부 제일시장·구리 GS백화점 등 수도권 유세현장 4곳을 돌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그는 "아무렇게나 살아도 성공만 하면 되고 처세만 잘 하면 된다고 하면 대한민국은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다."며 "또 경제만 잘하면 다른 것은 잘못해도 상관없다면 그런 리더십으로는 잃어버린 10년도 찾을 수 없고 자존심 있는 나라도 만들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금복돼지 모형, 목도리, 용그림 등을 선물로 받는 '횡재'를 하기도 했다.
◆'난 국민후보'=차가운 겨울비 속에서 진행된 2일 수도권 유세에서 그는 "무소속이 아니라 국민 소속"임을 강조했다. 수원역 앞 유세에서 그는 "정신적 기반이 무너진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저의 명예, 자존심, 평판 등 모든 걸 버리고 출마했다."며 "당선되면 이 나라를 확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청중 가운데 이상환(40·수원시 장안구 정자2동) 씨는 "예전부터 이회창 후보연설에 한번 와 보고 싶었다."며 "제일 반듯한 사람 아니냐."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분당 서현역 앞 삼성플라자 광장에서는 1천여 명의 청중이 모여 고무된 듯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감에 찬 열변을 토해냈다.
그는 "'누가 돼도 좋으니 정권교체만 하면 된다.'는 것은 사실 가장 걱정스런 태도"라며 "원칙과 철학을 가진, 양심과 정직의 새 지도자를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방과 교육을 살리겠다=이 후보는 수도권 유세에서 지방분권을 강조했다. 경상·전라·경기·충청·강원도 등 5개 권역별로 나눠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국가를 만들겠다는 것. 그는 "핀란드와 싱가포르와 같이 인구 1천만 명 미만의 국가단위 도시경쟁력을 갖춘 광역자치단체가 전 세계를 상대로 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지방 정부에서 사법권·조세권·경찰권·교육권 등 모든 걸 관할하도록 하는 완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겠다."며 구체적인 실현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의 지방정책에 대해서는 '중앙에서 지방에 공공기관 등을 배분하듯 나누는 식의 발상으로는 지방에 미래가 없다."며 비판하고 "수원시이나 분당구 같은 자치단체가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 속에 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공약도 내놓았다. 그는 2일 '희망을 만드는 12가지 약속'이란 제목의 공약에서 "교육에 대한 지출은 소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공공부문 구조개편과 효율화로 10% 예산절감액을 교육에 우선적으로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5년 동안 교육재정 2배 확대 ▷교사 10만 명 추가채용, 교사가 주도하는 공교육 혁명 ▷저소득층 10만 명(전국 재적 대학생의 3%)에 대한 등록금 지원 ▷영어공용교육제의 도입 ▷학교 다양화와 교육자치 강화 등을 약속했다.
◆계속되는 서민행보=이 후보에게서 고고한 귀족의 모습은 없어진 듯했다. 소외계층을 찾아가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끌어안는 행보가 계속되자 취재 기자들 사이에는 "정말 변한 것 같다."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는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홀몸노인 이옥형(90) 할머니를 찾은 자리에서 홀몸노인이라도 주민등록상 자녀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되지 않아 경제지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문제점을 신속히 파악, 홀몸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2일에는 서울 영등포역 인근 광야교회 부설 쪽방상담소에서 실향민 김순례(81)·나병훈(86) 할머니, 이정기(78) 할아버지를 만나 "고향이 충남 예산이지만 사실 제가 태어난 곳은 황해도 한 섬"이라며 "(당선되면)실향민들이 단계적으로 고향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노인들의 알아들기 힘든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며 "항상 여러분들 생각하고 있다는 것 알려주려 왔다. 희망을 잃지 마시라."며 정을 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 "대구서 큰 바람 일어나 줄 것" 기대
이회창 후보는 2일 동행취재 중 기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3일 두 번째 대구를 방문할 예정인 탓인지 그는 "대구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최고 득표율이란 큰 은혜를 받은 곳"이라며 "대구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 줄 것"을 기대했다.
특히 이 후보는 "이대로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정권의 오만과 독선으로 빚어진 국민 혼란을 바로잡는 새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마 각오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인터뷰를 자청한 이 후보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지율 1위로 올라설 묘책은.
▶깜짝 쇼를 할 만한 게 없으며 또 그런 의도도 없다. 제 진심을 국민들이 알아주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게 정치역사상 새로운 변화이다.
-보수세력 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지금은 단일화를 말할 단계가 아니나 제대로 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가 돼야 한다. 단지 여권에서 야권으로 대통령 인물이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새 시대와 새 역사를 쓸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BBK 사건에 관한 검찰조사 발표는 어떻게 보나.
▶검찰 발표에 대해 어떤 정보도 미리 파악한 게 없다. BBK 사건에 온 정치권이 매달리는 게 비정상적 상황으로, 후보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관계없이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내 주장을 펴겠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입장은.
▶서로 다른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듯 통할 날이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겠지만 뭐가 이 나라를 위해 올바른 길인가를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대구방문 의미는.
▶대구에서 또 한번 뜨거운 지지와 사랑을 받고 싶다. 지역적인 배려나 선거구도에 관계없이 대구시민에게 뜨거운 지지를 호소하고자 다시 찾게 됐다. 제대로 된 반듯한 나라, 미래를 열어가는 국가를 만들겠다. 큰 힘을 보태달라.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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