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그동안 많이 발전했나 봐. 화장(火葬)시설도 저렇게 번듯하게 지어놓고…"
한 출향인이 오랜만에 대구에 왔다가 야간 조명을 받고 있는 어느 구(區) 문화예술회관을 보고 한 감상평이다.
시내 주요 거점을 초고층 아파트 단지에 내준 대구의 도시 풍경은 회색빛(낮)과 암흑(밤)만 교차하고 있다. 오후 10시만 넘으면 중앙로는 사람들이 썰물같이 빠져나가고, 어두운 도심을 밝히는 것이라곤 일부 상점의 네온 사인과 택시등뿐이다. 한밤중에 달구벌대로를 달리면 을씨년스러운 기분마저 든다. 활기를 잃어버린 대구의 도시 색깔은 결국 대구의 위기를 대변한다.
'대구 도심,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이다. 권상구 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등 시민단체도 개발위주의 도심정책을 경계하고 나섰다. 관 주도의 문화정책에 있어서도 역사·문화적인 맥락 없이 (부지 선정 등에서) 현실적 문제만을 고려해 추진된 사례를 숱하게 봐 온 것이다.
이런 대구에서 '도심 재생'을 위한 날갯짓이 시작됐다. 대구시와 중구청 같은 관에서는 물론 전문연구기관과 시민단체 등도 대구의 도심을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시는 지방자치단체의 경관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경관법 시행(지난달 18일)을 앞두고 도시디자인 자문단과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조례 제정에 나섰다.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도 착수했다.
대구경북연구원에서는 '도심재창조프로젝트'에 대해 각계 각층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삼덕동 일대에서는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 사업이 추진 중이며 현대미술가 그룹에서도 도시 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전국적인'공공디자인' 열풍과 더불어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진행되는 도시 업그레이드를 향한 논의는 결국 '건강한 도심'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류제홍 서울 도시갤러리 책임연구원은 국가균형발전에 관해 "경제와 문화, 발전과 균형의 관계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문화적인 관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의 시대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구의 살길은 문화와 교육'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새로운 시작선상에 선 대구의 선택은 그래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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