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입시)2008수능 결산과 2009수능 대비 전략

2008학년도 수능시험은 예상대로 등급 경계선의 점수는 수험생의 운명을 바꾸는 기준점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입시제도가 다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있지만 수능시험의 기본 사항은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 수년간의 수능시험을 분석한 입시 전문가들은 맹목적인 암기나 주입식 수업으로는 고득점이 불가능하며 각 교과의 원리와 개념을 철저하게 이해하며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수능 고득점 수험생을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고교 교사들과 입시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고득점 학생들의 학습 습관과 특징을 짚어보고 내년 수능시험 대책을 정리해 본다.

■ 언어영역 - 독서로 해결하라

언어영역은 독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누누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에 옮기는 학생은 많지 않다. 문제풀이는 공부이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어 영역 고득점을 위한 3대 요소는 언어감각, 독해력, 속도이다. 이 세 가지는 문제집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언어감각과 독해력이 없으면 백 권의 문제집을 풀어도 출제 경향이 조금만 바뀌면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특히 문학작품에서 많이 틀리는 수험생은 거의 예외 없이 독서를 통한 작품 감상 능력을 배양하지 못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언어감각과 독해력이 있으면 한 두 권의 문제집만 풀어보아도 문제풀이 요령을 깨닫게 된다. 언어영역 시험은 분석적 읽기보다는 독서를 통해 배양되는 직관력, 추리력, 상상력 등을 중시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글 전체를 온몸으로 느끼며, 줄거리에 젖어드는 독서를 해야 예민한 언어감각을 배양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다시 통합하는 훈련을 해야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균형 잡힌 다독과 정독을 통해 독해력과 탄탄한 어휘 실력이 갖추어진다. 참고서에 실린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법으로는 다양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감동을 맛보며 고전 작품을 몇 권 읽는 것이 문제집 풀이보다 더 낫다. 기본에 충실하면 문제풀이 기술은 보다 쉽게, 단기간에 터득할 수 있다.

책을 읽을 때 국어사전과 옥편을 곁에 두고 새로운 어휘를 만나면 늘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영어사전을 활용하지 않으면 영어 실력이 향상되지 않듯이 국어사전을 활용하지 않으면 언어영역 고득점은 기대하기 어렵다.

■ 수리영역 - 기본에 충실하라

해마다 확인되는 사실이지만 패턴에 익숙해지는 문제 풀이 중심의 학습에 중점을 두는 수험생은 고득점하기가 어렵다. 올해도 고액 과외나 학원에서 어려운 실전문제를 많이 풀어 본 학생보다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을 중시한 수험생들이 일반적으로 고득점 했다. 또한 모든 영역을 골고루 잘 하는 학생이 고득점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점을 받은 많은 학생들이 수능시험 일주일 전에 수학 교과서를 다시 정리했다는 사실이 면담 결과 밝혀졌다. 이는 끊임없이 기본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미리 배우지 않으면 고득점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때 고교 수학을 배우고 저학년 때 고학년 범위를 앞당겨 배운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교실이 붕괴되어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밖에서라도 미리 배우지 않으면 학교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먼저 배운다고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떤 과목이든지 처음 배울 때 제대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다음 반복적으로 다시 보아도 여전히 틀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학이나 과학은 과정이 중시되는 영역이다. 한 계단을 밟아 올라 갈 때마다 제대로 확고히 다지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느린 방법이 가장 확실한 길이란 점을 생각해야 한다.

고득점 학생들은 거의 예외 없이 답을 보지 않고 끝까지 혼자서 풀이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혼자 공부하게 두면 한 시간에 몇 문제밖에 못 풀지만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받으면 몇 배나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 생각하는 그 과정에서 인내심과 지구력은 물론이고, 응용력과 추리력, 고차원적인 사고력 등이 배양된다.

■ 외국어 - 겨울방학에 실력을 쌓아라

영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렵게 출제되어 수학 다음으로 높은 변별력을 나타내고 있다. 영어는 저학년 때 필요한 실력을 쌓아 두어야 한다. 현 고2는 겨울 방학 기간에 최선을 다해 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수시와 정시모집 심층면접에서 영문으로 된 시사적 문제들을 출제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영자신문이나 잡지를 꾸준하게 읽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고사 제시문에 영어지문이 금지되면서 대부분 상위권 대학들이 심층면접에 영어지문을 출제하고 있다. 앞으로 최상위권 대학 인문계는 영어 실력이 당락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우리 교육이 너무 문법적 요소를 중시해서 부작용이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이 영어를 원어민처럼 습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 부분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 문법을 모르고서는 고급영문을 해석하기가 어렵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 방학 동안 반드시 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영영사전을 이용하면 단어의 뜻과 뉘앙스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영한사전보다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영영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풀이를 보는 것 자체가 독해력 공부가 된다. 듣기는 매일 테이프를 꾸준히 듣는 것이 중요하며 짧은 예문들을 암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 탐구영역 - 수업에 충실하라

질문의 여지가 없는 자명한 사실에 의문을 품는 학생,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에 질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이 점수가 좋았다. 매년 확인되는 것이지만 수탐Ⅱ에서는 단편적인 정보나 공식을 무조건 암기하려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고득점하기가 어렵다. 특히 올해 사탐, 과탐은 문제가 어려워지면서 입시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게 되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철저히 이해하며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진 학생들이 고득점 했다. 최근 탐구영역에 자주 나오는 자료 제시형 문제에서는 수학적인 추론 능력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교양과 상상력, 문장 독해력이 있는 수험생들이 고득점하는 경향이 높았다.

기본을 제대로 정리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 시간에 충실해야 한다. 많은 수험생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진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많은 수험생들이 공식이나 핵심 요점을 암기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수능시험에서 단편적인 정보의 암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식 자체보다는 공식이 유도되는 과정을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 탐구과목은 과목의 이름처럼 탐구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답보다는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사회, 과학 탐구는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없다. 반드시 시간을 두고 내용을 음미하며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탐구 영역은 문제풀이를 위한 배경지식과 상식이 중요하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으면서 스크랩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전문가와 상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을 때는 담임 선생님이나 전문가를 찾아가서 자신의 생활 및 학습 습관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 점을 별로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아 실천하면 몇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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