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대학 때 공부했던 경제학 원론을 자주 들춰본다. 골치 아프게만 느껴졌던 이론이나 원리들을 다시 보다 보면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가 쏠쏠하다. 경제 이론 속에서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만나거나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단서를 발견하면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다. 왜 그렇게 경제학이 어렵게만 느껴졌을까 하고 의문이 들 정도다. 경제학 입문서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새로 나온 책 '경제학 산책(르네뤼힝거 외 글/비즈니스맵 펴냄)'은 경제학자 개인의 면면에 초점을 맞춘 경제학 쉽게 읽기로 단연 눈에 띈다. 청소년들에게 권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경제학 산책'은 18세기 산업화 시대부터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까지, 세계사의 흐름을 좌우한 경제이론들과 그 이론을 고안한 경제학자 12명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몇 년 전 국내에서 발간돼 화제가 된 동명(同名)의 저서와 달리 경제이론 자체보다는 경제학자 개인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첫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덤 스미스. 국부론을 펴낸 애덤 스미스가 사실은 내성적이고 꽤나 맹한 구석이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다. 학자로서는 보기 드문 성공을 했지만 몇 번의 청혼을 거절당해 평생 독신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는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사회적인 균형점을 이룬다고 역설했지만 이후 독점자본주의, 경제공황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여전히 경제학의 성서로 추앙받고 있다. 도덕철학자이기도 했던 그가 개인의 (이기적인) 이익 추구를 대전제로 하되 정정당당한 방법을 역설했던 것은 정직했던 그의 일생과 맞닿아 있다.
비교우위설을 통해 자유교역의 우수성을 입증한 데이비드 리카도는 젊은 시절 갑부가 됐지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해야 했고, 칼 마르크스는 친구 엥겔스에게 빌붙어 살며 평생 돈에 쪼들려야 했다. 자신이 주장한 이론과는 정반대의 투기꾼이었던 존 케인스,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경제학의 대가들이 등장한다. 이밖에도 2년 전 작고한 피터 드러커는 모든 기업 컨설턴트들의 스승으로 불리지만 스스로는 사회생태학자라고 주장했고, 밀턴 프리드먼은 이론에 끼워 맞추기 위해 때로는 데이터를 조작하기도 했던 사실이 폭로된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쉬의 일화도 흥미롭다. 게임이론을 편 그는 한때 외계인과 소통한다고 믿었던 정신병자였다. 10대 시절 암에 걸렸지만 이를 극복하고 빈민 구제에 헌신한 아마르티아 센, 페루 게릴라조직의 암살표적이 되고 있는 에르난도 데소토, 자신이 몸담았던 세계은행과 IMF를 맹렬히 공격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생소한 경제학자들의 일화도 소개된다.
이 책은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시시콜콜한 인생사가 아니라 각자의 사상과 그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른들에게도 경제학과 친해지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1. 애덤 스미스는 각자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사회적인 균형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왜 그럴까.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2. 케인즈는 애덤 스미스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정부 시장 개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케인즈 이론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을 찾아보자.
3. 존 내쉬의 게임이론은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도구이론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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