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군소주자들의 연대가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단일화 제안으로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범여권 통합의 물살을 거스를 수 없다는 비판 여론에 압박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범여통합의 한 축으로 간주되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여전히 연대 불가를 외치며 정공법을 펴고 있다.
문 후보는 4일 오전 (정동영 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제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날 일시 중지한 유세를 재개했다. 다만 이날은 유세 대신 대한민국 재창조 비전선포식, 불교방송 토론회 등 내부 일정만 잡았다.
문 후보의 이날 단일화 기자회견은 기존 입장에 비춰 볼 때 파격이다. 그동안 자신 중심의 단일화와 최종 당선까지도 장담하면서 정동영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부 단일화 작업은 문 후보가 직접 나서지 않고 시민단체에 일임할 계획이다. 한 자릿수 여론 지지도로 단일화를 할 경우 문 후보의 탈락이 유력하고, 단일화 수용은 후보사퇴와 다름없게 된다. 토론회를 세 번 거치자고 제안하는 이유도 정 후보와 정책대결을 통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함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7주년을 기념하는 버마 민주화의 밤에 참석한다.
이날 공교롭게도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같이 참석해 조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문 후보의 단일화 제안으로 범여권의 통합이란 대명제에 압박을 받게 됐다. 만약 근소한 차이로 여권 단일 후보가 대선 본선에서 떨어질 경우 그 책임이 모두 민주당과 이 후보에게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로에 선 이 후보는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 4일에도 자신의 고향인 충청도 유세에 올인하는 등 평상시와 같은 행보를 보였다. 유종필 대변인은 "현재까지 입장은 우리는 따로 간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기자들이 분석해 달라."고 여운을 남겼다.
한편 민노당은 후보 단일화에는 관심없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의미없는 이합집산을 비판하면서 독자노선을 강화했다. 권영길 후보는 4일 청와대 앞과 성남모란시장, 수원역 앞 등에서 유세를 벌이며 참여정부 심판, 무능력한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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