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과 찻집 수십여 곳이 밀집한 팔공산 주변 대구 동구 파계로. 이 동네 가게 주인 상당수가 요즘 큰 시름에 잠겨 있다. 연말 기분이 안난다는 것이다.
이 동네 한 커피 전문점 주인은 "하루종일 있어도 한 두 테이블 채우기도 힘들다."면서 "주변의 음식점들도 모두 같은 사정으로 이같은 불황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연말로 접어들고 있음데도 '파리를 날리는' 중소 가게가 줄을 잇고, 덩치큰 대형 백화점들도 지갑을 활짝 여는 고객들이 줄었다며 아우성이다.
무엇보다 경기부양효과가 큰 '부동산 시장'이 침묵에서 깨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이 더 캄캄하다.
그런데 경기는 엉망인데 물가는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걱정이 터져나오고 있다.
◆신음소리 나오는 상가
대구 달성군 가창면 등 대구 외곽지역 음식점들은 요즘 '고유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주부들 모임이나 가족 동반 나들이가 시외곽지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구 도심 음식점의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가는 곳 마다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대구 동성로의 레스토랑과 커피전문점 등에 차재료를 납품하고 있는 이모(40) 씨. 그는 "연말이 됐는 데도 도심에 캐롤송이 사라졌을 정도로 적막하다."고 했다. 많은 가게가 집세 맞추기도 어렵다며 차재료비 결재를 미루고 있다는 것.
대구 인터불고호텔에 따르면 연말연시를 앞두고 지난해에 비해 예약 건수와 객단가가 10~20%가량 줄었다. '정말 불황이다'라는 것을 실감한다는 것.
특히 커피숍 등 일부 시설은 낮시간동안 손님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호텔이나 대형 연회장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구시내 백화점의 매출도 올 하반기 접어들면서부터 제자리 걸음 아니면 한 자리수 성장에 그쳐 사실상 '마이너스 장사를 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의 백화점들은 겨울 정기 세일을 닷새하고 말지만 대구 백화점들은 매출을 이끌어내기 위해 열흘간 바겐세일을 하고 있다.
대구시내 대형 아울렛매장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미리 확보한 제품의 판매실적이 예상에 못미치자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 지난 달부터 잇따라 특별가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문을 연 롯데 영플라자 대구점은 당초 개점 첫해 매출목표를 1천억 원으로 잡았지만 개점 당일 2억 6천만 원의 매출을 올린 이래 지금까지 주말은 2억 원, 평일은 5천~6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매출을 1억 원으로 잡을 때 연간 매출은 360억 원에 불과, 매출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빨간불 들어온 부동산 시장
경기를 끌어올리는 힘을 갖고 있다는 부동산은 여전히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정부가 지방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투기과열 지구 해제 등 부동산 규제책을 잇따라 풀고 있지만 지난해 이후 계속되고 있는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라는 쌍끌이 침체가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지난 3월 이후 시작된 하락세가 지난달까지 9개월간 이어지면서 대구 지역 주택 가격은 -1.6%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지난 한해 대구 지역 주택 변동률이 11.2%를 기록했고 올들어 전국 주택 가격이 2.1% 상승한 것과 대비하면 최근 대구 지역 부동산 시장의 상대적 침체를 엿볼 수 있다.
아파트 거래량(분양권 포함) 또한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3만 8천여건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 4만 2천여건과 비교하면 10% 이상 줄어든 수치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거래 침체는 미분양 증가와 신규 사업 감소로 건설 경기 전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은 사상 최대 규모인 1만 2천 가구를 넘어서고 있으며 아파트 사업 감소로 지난 9월(4/3분기)까지 지역 건설사들이 수주한 민간 부문 건설액은 3천695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2천86억 원에 비해 70% 가까이 감소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 경기는 서민 경제에 직접적 파급효과를 미치는 부문"이라며 "그나마 올해는 지난해 발주 물량으로 건설 현장이 유지되고 있지만 내년까지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 이어진다면 올 한해 수주액 감소가 향후 지역 건설 시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물가는 나홀로 뜀박질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대구는 3.2%, 경북은 3.5%나 오른 것으로 나타나 '연말 물가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통계청이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5.6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이 7.3% 올라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고 공업제품은 3.8% 올랐다. 서비스 부문은 개인서비스(2.7%), 공공서비스(2.1%), 집세(0.5%) 등에서 올라 2.2%가 상승했다.
생활물가와 관련, 양파, 고춧가루, 사과, 이동전화데이터통화료, 설탕 등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내렸으나 배추, 풋고추, 무, 파, 토마토, 호박, 시금치 등에서 올라 4.4%가 상승했다.
지난달 경북지역 소비자물가지수도 105.9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5% 올랐다.
농축수산물(4.9%), 공업제품(4.1%) 등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면서 상품가격이 4.3% 올랐다. 서비스 부문은 공공서비스(3.8%), 개인서비스(2.9%), 집세(1.0%)에서 올라 전체적으로는 2.9%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양파, 오징어, 고춧가루, 이동전화데이터통화료, 사과 등은 내렸으나, 배추, 무, 파, 풋고추, 토마토, 호박, 오이, 시금치, 국수, 진통제 등에서 올라 생활체감물가는 5.0% 상승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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