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출마와 출연

이번 17대 대통령 선거에는 12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지난 13, 14, 16대 8명 출마의 최고 기록을 단숨에 뛰어 넘은 신기록이다. 유'무명 인사 12명 모두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어서 그 면면이 결코 만만치 않다.

제1야당의 이명박 후보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1위를 지켜가는 저력을 보이고 있고, 여당 후보치곤 최악의 지지율 기록을 세우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그래도 기호 1번이다. 그리고 막강 여'야당 대통령후보에 이어서 무소속 후보로 또 출마함으로써 대선 후보 그랜드슬램과도 같은 이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회창 후보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지만 당당하게 공당의 경선을 거쳐 출전한 원내정당 후보들은 부끄럽지 않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그런 부류다. 또 무명이나 다름없었으나 스스로 정당을 만들어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도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후보들이 모두 무명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이수성 후보와 정근모 후보는 빅3보다 못할 것 없는 사람이다. 이수성 후보는 화려한 전력에 국무총리 출신이다. 이회창 후보와 마찬가지로 김영삼 정부의 총리를 지냈으니 이회창 후보에 꿀릴 이유가 없다.

정근모 후보도 다른 군소후보와는 달리 출중한 과학자로 과학기술부장관을 지냈다. 그런데도 이들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이들을 문국현 후보보다 지명도, 능력, 사회 공헌도 등에서 뒤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출마를 국민이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의 불법사실 연루 여부를 둘러싼 공방으로 시종하는 특이한 선거가 되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이제 관심사는 합종연횡이다. 이미 최다 출마기록에서 엿보인 합종연횡의 본단계로 접어들었다.

심대평'이회창 후보가 손을 잡음으로써 심 후보가 후보 사퇴 1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2호 3호가 이어질 것이다. 끝까지 완주할 사람은 몇 명일지, 사퇴할 사람이 누구일지가 색다른 관심사다. 기탁금 5억 원을 간단히 내던지고 얼마나 더 많은 출연료를 받을지…. 출마가 아닌 정치곡예의 무대에 출연한 사람들이 달리 주목된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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