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수많은 공연장이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물론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시민회관 그리고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각 구(區)문예회관 외에도 민간이 운영하는 공연장까지 30여 개에 달한다.
각 공연장마다 성격이나 규모는 다르지만 공연 문화로 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영국 런던의 사우스뱅크 센터나 게이츠헤드의 세이지 음악당, 독일 칼스루에의 ZKM에 마련된 공연시설은 단순히 지역을 넘어 세계 속에 영국과 독일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
▶런던시민(Londoner)의 휴식처
사우스 뱅크(South Bank), 우리말로 '남쪽 둑' 정도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영국 템스강의 '사우스 뱅크'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웨스트민스터 다리와 워털루 다리 사이의 템스강 남부 지역을 일컫는 '사우스 뱅크'는 템스강이 산업화와 도시화로 심각하게 오염돼 매우 더럽고 냄새가 나던 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강의 악취와 범람을 관리하고자 강변을 따라 거대한 하수구 시설을 설치했다. 그리고 이 하수구 시설과 연계해 대규모 문화공간 '사우스뱅크 센터(Southbank Centre)'가 조성됐다. 런던의 자랑 '런던 아이(BA London Eye)' 바로 옆에 위치한 사우스뱅크 센터는 대규모 복합문화시설 지구이다.
로열 페스티벌 홀(The Royal Festival Hall), 퀸 엘리자베스 음악당(Queen Elizabeth Hall)과 퍼셀 음악당(The Purcell Room), 헤이워드 미술관(The Hayward), 국립극장(Royal National Theatre), 국립영화박물관(National Film Theatre)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48년 착공된 이곳은 1976년 TV 및 영화박물관이 완공되어 건립기간이 무려 28년이 소요된 독특한 문화공간이다. 지난 10월 22일 오후 로열 페스티벌 홀을 찾았을 때 건물 곳곳에서 의자나 소파에 앉아 음료수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런더너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방학 중(영국의 학기는 3학기제)이어서 그런지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자질구레한 공간을 없애고 계단의 높이를 달리하여 탁 트인 건물 내부는 아늑한 분위기로 사람의 발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사우스뱅크 센터는 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이날도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게임 곡을 연주하는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객석을 400여 석이나 줄이면서까지 '전 세계적인 프리미어 공연장'으로 만든 콘서트장에서 연습하고 있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닐 오몬드로이드(Neil Ormondroyd) 이벤트 개발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사우스뱅크 센터는 현재 '공중을 위한 예술 공간(art place for public)'이었다.
오몬드로이드 팀장은 "개관 당시에는 작은 공연장이 많이 있었지만 주민에게 개방하는 공간을 늘리기 위해 공연장을 줄이고 주민 교육목적의 공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이러한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로열 페스티벌 홀을 끼고 템스강변으로는 흐린 날씨에도 산책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건물 뒤쪽으로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소년들이 보였다. 이들이 놀고 있는 고가도로 아래 건물 외벽에는 오색찬란한 그라피티(graffiti)가 가득했다. 이원재 서울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우리로 치자면 예술의 전당에 그라피티를 한 셈"이라며 문화에 대해 열려 있는 그들의 사고가 '놀랍다'고 표현했다.
▶100만여 명을 부르는 음악당
타인(Tyne)강 사이로 뉴캐슬과 마주하고 있는 게이츠헤드(Gateshead)는 인구가 고작 2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조그만 도시를 찾는 한 해 관광객은 100만 명이 훨씬 넘는다. 볼틱현대미술관, 밀레니엄 다리와 함께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세이지 음악당(The Sage Gateshead) 덕이다.
옆에서 보면 꼭 애벌레 또는 소라 껍데기같이 생긴 이곳은 바닥 면적이 무려 8천584㎡에 이른다. 축구경기장 2개 크기인 이 음악당에는 1천700석, 400석 규모의 공연장 2개와 음악연습실 25개, 리허설 공간 등이 있다. 최첨단 설비를 갖춘 메인 콘서트홀은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되는 음향 수준을 자랑하는 곳으로 '암스테르담과 비엔나에 이어 세계 3위 범위 내에 속하는 규모'이다.
10월 23일 안개 낀 날씨 속에 찾은 이 거대한 공간에서 방문단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역 주민과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안내를 맡은 로완 반 무이센 서비스팀 직원은 "갓난아기부터 70세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 중"이라고 했다. 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교육실은 무려 26개로, 일상적으로 쓸 수 있게 연중 매일 오후 11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이날 오전 견학 중에도 지하 연습실에서 음악 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게시판에는 지역 주민들의 공연 준비 과정과 행사 때 찍은 사진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투명 유리창으로 된 연습실은 방문객이 바깥에서 지켜볼 수 있고, 구멍이 난 유리창으로는 연습 중인 음악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연주자와 팬 사이에 더 많은 교감을 나누도록 배려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반 무이센 씨는 "(시설 이용 면에서) 공연과 교육이 각각 50%씩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공연도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 비수기인 7, 8월을 제외하고는 모든 음악당이 일주일에 4, 5일 정도 가동한다."고도 했다.
▶세계 유일이 곧 세계 최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1시간 운전 거리에 있는 칼스루에(Karlsruhe)에 있는 탄약공장을 개조해 만든 미디어·아트센터인 ZKM(Zentrum fuer Kunst und Medientechnologie). 인류가 발명한 모든 매체(media)를 보관·기록하는 이곳에는 오페라극장과 음향실·녹음실이 최신 시설로 구비돼 있다.
1층 로비 왼쪽 바를 끼고 위치한 현대식 신축 건물이 바로 오페라극장. 건물 속에 또 하나의 건물을 지은 이곳은 애초 오페라 공연장을 목적으로 했지만 공간활용의 외연은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됐다. 현대적인 미디어아트를 전시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았을 때 오페라극장에선 빛과 결합한 파노라마 설치 작품전인 '파노라마 페스티벌'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중에 빙 둘러쳐진 스크린상에 비친 세계 지도는 실시간 지도 영상을 보여 주며, 이용자를 전 세계 어디에나 데려다 주었다.
음향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완전 방음실인 이곳에선 일반 연주음악에서부터 전자음악과 컴퓨터를 활용한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악 장르에 있어서 최고도의 음향 출력을 위한 장치들이 가득한 '음향과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크리스티아네 리델(Christiane Riedel) 총괄 매니저는 "건물 외부에서 벽에 부딪히는 바깥 소음을 피하기 위해 위치를 별도로 선택할 만큼 시설에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도 지역 예술대학에서 직접 제작한 것으로 음역을 아치형으로 만들거나, 사방으로 퍼져나가거나 한곳으로 집중되도록 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기능을 가진 것이다.
리델 총괄 매니저는 이런 까닭에 "이곳을 사용해 본 음악가들은 다른 곳의 음향시설을 결코 선호할 수 없게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훌륭한 시설이지만 사용료는 없다. 리델 총괄 매니저는 "특별한 음악적 자질을 가진 작곡가나 음악가가 신청을 하면 언제든지 무료로 대여해 준다."고 말했다. ZKM의 첨단 미디어 시설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다.
영국·독일에서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후원:지역신문발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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