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중국국보전은 전시 초기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전역에서 차출한 국보급 유물 325점이 일거에 우리나라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명품 중의 명품을 한데 모은 것이기 때문에 중국문화의 큰 줄기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
한 발 두 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앞에 드러나는 유물은 화려함과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외형의 빼어남보다는 그 속에 녹아 있는 옛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더욱 큰 흥밋거리로 다가온다.
전시의 첫머리를 장식한 '마왕퇴(馬王堆)의 귀부인'은 유려한 무늬가 수 놓인 비단옷을 입고 최고급 칠기를 가득 지닌 채 유택에 안장되었다. 그렇지만, 2천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도록 그녀의 몸은 전혀 부패하지 않아 해부학 수술대에 오르는 불행을 맛보게 된다. 학자들이 찾아낸 사인은 심혈관계 질환이며 목과 배에는 사망 직전 먹었던 참외 씨가 채 소화도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북조시대의 전시물 가운데는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은 한 공주의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북방 초원지대에서 태어난 유연국 칸의 손녀는 어른들의 정략에 희생되어 동위로 시집오게 된다. 당시 나이는 겨우 다섯 살.
이후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을 그녀는 결혼 8년 만에 유명을 달리한다. 사자의 재생을 기원하며 만들었을 연화화생(蓮華化生)문 금판, 병을 고치려고 멀리서 달려온 샤먼(제사장) 도용만이 그녀의 애달픈 사연을 오늘에 전해준다.
전시 후반부에 접어들면 예를 갖추고 있는 신하의 모습이 우선 시야에 들어온다. 맨발로 홀을 든 채 엎드린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지만, 몸을 낮춰 그 신하의 얼굴을 마주하면 마치 산사람을 보듯 생생함이 넘쳐나 흠칫 놀라게 된다.
그런데 이 신하를 거느렸을 무덤의 주인공은 황제의 자리를 아우(현종)에게 양보한 이헌(李憲)이다. 그는 젊은 날 이미 인륜마저 저버리게 하는 권력의 비정함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황제의 자리를 포기했다. 이처럼 지금 전시 중인 중국국보는 중국역사의 정수를 망라한 것일 뿐만 아니라 격동의 세월을 때로는 기쁘게, 때로는 힘겹게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이한상(대전대 문화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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