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 골든 글러브 주인공 찾기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수상자 발표(11일)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골든 글러브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들을 선정하는 골드 글러브를 본 따 프로야구 개막과 더불어 매년 주어진 상. 일본을 거쳐 오면서 '골드' 대신 '골든'이라는 말이 붙게 됐다.

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최고 수비수를 고른다기 보다 공격까지 포함해 수상자를 정한다. 때문에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도 '황금 장갑'을 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어원(語源)으로만 볼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 우리나라에서 골든 글러브는 사실 '베스트 10'을 선정하는 것인 셈이다.

프로야구 원년에는 수비율(자살+보살/자살+보살+실책)을 기준으로 시상을 했지만 이듬해부터는 공·수 지표 모두 고려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수비에서 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실력을 갖고 있어도 방망이 실력이 부족하면 골든 글러브를 차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수비 부담이 큰 포수나 유격수 입장에서는 아쉬울 법도 한 일.

하기야 골드 글러브와 별도로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실버 슬러거상을 별도로 주는 미국에서도 최근 들어 '인기 투표' 아니냐는 논란이 인다. 지난해까지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 글러브를 3년 연속 수상한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의 경우가 대표적.

지터는 수준급의 타격 실력에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스타 군단 양키스를 끌어가는 리더십으로 칭찬 받는다. 하지만 평범한 땅볼 수비율, 특히 좌우로 굴러나가는 타구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수비는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렵다. 수비율도 마찬가지. 수비 범위가 좁아 잡을 만한 타구도 안타를 만들어주는 선수가 있고 수비 범위가 넓은 덕분(?)에 실책이 늘어나는 선수도 있는데 이를 수비율이 정확히 말해주지 못하기 때문.

호쾌한 타격 쇼가 펼쳐지는 야구도 재미있지만 멋진 수비로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장면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수비가 강한 팀은 결정적인 승부에서도 강하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난 뒤에는 '수비 전문가'가 제 평가를 받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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