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 지자체 문화사업소 독립을

공적인 문화공간이나 프로그램, 축제 등의 운영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말이 많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민주주의가 정착된 탓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公的(공적)'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주관자나 단체가 적극 개입하여 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그냥 간섭 없이 놔두면 자연스레 진화되어 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공공성이나 효율성을 따지자면 전자 방식이 유효할 수 있지만, 민간에 의한 주도라는 독립성을 고려하면 후자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안의 문제에 따라 그 처방이 쉽지 않다.

공공 문화에 대한 경제 선진국의 접근 방식은, 대체로 초기에는 공공기관이 기획하고 적극 후원하지만, 일정 기간 경과 후에는 독립적 운영 주체에 의하여 자체적으로 굴러 가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초창기에는 해당 문화공간이나 축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적극 지원하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독자적 운영이 이뤄지도록 유도한다. 경영의 독자성을 부여하는 대신 공적 예산 지원을 어느 정도 줄여가고 민간이 상당한 부분을 감당한다. 어느 정도 권한을 주고 책임도 지우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대구시에는 시가 직접 관장하는 소위 '문화사업소'가 몇 곳 있다. 바로 대구문화예술회관, 오페라하우스, 꾀꼬리극장 등이다. 현재 그곳에는 지자체가 일체의 예산을 지원하고, 대부분의 직원을 임명한다. 그렇지만, 시 의회에서 예산 내역을 공개하는 것 외에 대체로 그 운영의 세세한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 일부 기관장이나 특별한 역할자를 공모로 선발하거나 외부 인사로 임명하는 경우가 있게 되어서 다행스럽기는 하다.

그런데, 그러한 '문화사업소'에 여러 가지 일로 방문해 보면 실무자들이 시민을 대하는 태도는 시민을 위한 '문화사업'보다는 운영자 위주 혹은 기관 이기주의에 빠져 있음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 부정적 분위기를 바꿔 보기 위해 외부 인사가 충원되어 보지만, 그들에게 적절한 권한과 지위를 보장해 주지 않아 겉도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앞서가는 다른 지자체처럼 대구의 문화사업소 기관장에게도 직급을 상향 조정하거나 연봉을 높이 책정해야 한다고 수차례 권유해 보았지만 그 실현은 무망해 보인다. 전자의 경우 해당 기관장들을 지자체 4급 과장 수준에 묶어 두고 권위주의적으로 조정하려는 관의 의도가 없다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틀 속에서는 능력 있는 기관장이 외부에서 선발되어도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업소 기관장에게 권한이나 지위를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권한은 주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묻는 꼴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런 방식으로는 능력 있는 인사가 발탁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그러한 공적인 문화사업소를 독자적인 '법인'으로 독립시켜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이미 국내에서도 앞서가는 지자체에서 도입해 온 방식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일단 문화사업소에 경영의 독립성을 부여하면, 기관장은 책임지고 열성을 다해 일하게 될 것이다. 해당 사업소의 실무자들도 시민이나 고객에 대하여 고압적 태도를 버리고 자기 사업처럼 애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지자체로서도 장기적으로 예산을 절감하게 되고 공공문화사업이 활성화된다면 더 큰 바람이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지자체나 시민으로부터 적절한 수준의 감독이나 견제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독립 경영을 하게 되더라도 효율성만 내세워 공공성과 예술성을 포기한다면 그것이 공공문화일 수 없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공공문화 운영이나 사업소 경영에 대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간섭만 하고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권한도 주지 않고 책임만 묻는 비합리적 방식은 지양되고 극복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구가 진정한 '문화예술중심도시'로 가기 위한 혁신적인 한 걸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 이제 지자체 문화사업소를 독립시켜 볼 차례다!

김사열 대구민예총회장·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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