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은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그 제조공장 근로자만 접하는 위험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주변에 안고 사는 죽음의 물질이다. 워낙 기능이 뛰어나 용도가 3천 가지를 넘는 탓이다. 고향 농가의 지붕용 슬레이트에도 들었고 지은 지 한참 된 바로 내 집에도 단열재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다녔던 학교 천장에 부착됐거나 지금 타는 자동차 브레이크 자재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다 건물의 노후화나 시설의 철거 등으로 가루가 돼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을 개연성 또한 매우 높다.
하지만 석면 피해는 노출된 지 10년 이상 최장 40년 이후에나 드러난다. 그 오랜 시간을 지내고야 폐암이나 악성 중피종 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 탓에 지금은 세계적으로 환자가 집중 발생하는 시기이다. 미국은 1985년에 석면 사용을 금지했지만 요즘에야 중피종 발병이 최고조에 달했다. 일본은 최근 중피종 사망자가 두 배 이상 급증했고, 앞으로 5년간 1만 명이 희생되리라는 전망까지 제시돼 있다.
석면공장 근로자로 일하다 숨진 사람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어제 대구지법에서 나왔다. 피해 인정을 요구하는 산재보험 관련 소송은 있었으나 손해 배상 판결로는 처음이다. 잠복기가 길어 발병과의 상관성 입증이 쉽잖은 이 문제에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는 진일보한 판단일 터이다.
국가적 대응 행동을 재촉하는 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우리나라 또한 석면 질환의 집중 발생기에 다가서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건축물들의 집중 재건축기도 도래해 추가적인 노출 피해의 위험성도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 들어서야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수립, 2008년부터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2009년부터는 사용을 금지키로 결정했으나 너무 허술하고 안일하다는 비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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