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빅 피쉬

우리 마음 속 어딘가에 아직 덜 자란 어린아이가 하나씩 살고 있다. 이 '마음속의 어린아이'는 때론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 잠시 쉴 수 있게 해준다. 예술이나 놀이, 동화와 이야기의 세계는 모두 이 어린아이 덕분이다. 이 영화는 UPI 기자인 아들과 기상천외한 '구라'로 사람들을 사로잡던 허풍쟁이 아버지간의 오해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태생적으로 호기심이 많았던 아버지 에드워드는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마치 재미있는 동화처럼 아들에게 들려주곤 하였다. 동굴에서 만난 거인과 맺은 우정에 대해, 자신의 죽는 장면을 보여준다는 마녀의 유리눈알에 대해, 늑대인간인 서커스 단장과의 인연으로 평생의 반려자인 여인을 만났다는 둥, 신비로운 호수에서 만났다는 큰 물고기와의 인연 등이다. 아들은 어릴 때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지만, 점차 자라나면서 골백번도 더 들었을 레퍼토리에 화가 치밀고 그런 아버지가 부끄럽게 느껴지곤 했다.

정말 에드워드는 잘 나갔던 왕년이나 우려먹는 한낱 구라쟁이에 불과한 것일까. 소설가 포스터는 단순한 사실(fact)은 '왕 부부가 죽었다.'이지만, '왕 부부가 실의를 못 이겨 죽었다.'가 이야기(story)라면서, 이야기는 허풍이 아니라 진실에 황금 옷을 걸친 것이라고 했다. '구라 삼국지'를 펴낸 개그맨 전유성 씨는 '구라 속에도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좋은 이야기꾼은 은유와 상징으로 세태를 풍자해 웃음으로 승화시킨다는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밤 화롯불에 밤을 구워먹으며 할머니가 들려주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얼마나 신비롭고 행복하게 했던가. 전래동화나 이야기는 우리를 무한한 상상의 세계와 자유로운 무의식의 세계로 인도한다.

사람은 이야기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이야기는 인간의 내면과 삶을 형성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연말연시 회식자리에서 '최고의 리더는 한 가지 질문만 던진다. 좋은 이야기가 있는가?'라고.(하워드 가드너의 '리더의 힘' 중에서)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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