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3대 문장가로 이두(吏讀) 문자를 집대성한 薛聰(설총)의 탄생지인 盤龍寺(반룡사)는 신라 문무왕 때 경북 경산시 압량면 출신 원효대사가 창건한 대가람으로 신라 왕실의 祈願(기원)사찰이었다. 경산시 용성면 용전리 구룡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반룡사는 한국의 3대 반룡사(경산·고령·평양) 가운데 하나로 옛날에는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관음기도 영험도량이었다.
몽골의 침입과 임진왜란으로 웅장한 대가람이 소실되었고, 그 후 중창되었으나 그마저도 80여 년 전 화재로 타버리고 말았다. 지금은 초라한 대웅전과 요사채만이 겨우 맹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삼국통일의 염원을 기도로 성취하기도 했던 반룡사는 수많은 역사의 굴곡과 아픔을 간직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국보급 사찰이 많이 산재해 있지만 설총 탄생지 반룡사처럼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찰도 보기 드물다. 그러나 원효· 설총·일연선사 등 3명의 성현을 기리기 위해 2008년 하반기부터 경산시 남산면 안흥리 일원에 역사문화공간을 본격적으로 조성하면서 반룡사의 국가적인 복원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빠져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아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천 년 면면히 이어온 우리의 전통문화요 우리의 뿌리인 전통고찰을 특화해 지역주민들에게는 소득의 증대로, 도시민들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그리고 우리의 2세들에게는 우리 역사와 전통을 배우는 훌륭한 교육의 장으로 잘 활용한다면 팍팍한 우리의 삶과 생활에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여기에서 꼭 첨언하고 싶은 것은 바로 우리의 뿌리요, 우리의 정신이요, 우리의 역사인 전통고찰에 대한 복원과 보존문제이다.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전통고찰에 자주 들리는 편인데, 갈 때마다 아쉬운 점은 재정적 지원이 미흡해 소중한 문화재가 아무렇게 여기저기 내팽개쳐 있고, 또한 우리의 뿌리요 역사인 고찰들마저도 하나 둘씩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까래가 썩어가고 기왓장이 내려앉고 단청마저도 낡아 속살을 드러내고 있음을 볼 때, 우리 모두가 문화재에 대한 애착과 소중함을 가지고는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참 많았다. 고로 우리의 문화재가 바로 우리의 역사요 우리의 전통이요 우리의 정체성임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고대해본다.
천년고찰 반룡사는 우리의 선조들의 땀과 혼이 고스란히 담긴 곳으로 고려 말 몽골의 침입과 조선 중기 임진왜란 등으로 웅장한 대가람이 거의 다 소실되기 전까지는 당우가 일백여 동이나 되는 큰 사찰이었다. 아마도 경주의 불국사나 합천의 해인사에 버금가는 우리나라 호국불교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천년고찰 반룡사를 그동안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나 소홀히 취급해온 점과 무지를 우리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경북 경산은 전국에서 대학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학원도시로 우리나라 인재양성의 보고요, 교육의 요람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우리의 정신적 뿌리인 천년고찰 반룡사 복원사업에 대해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실시추진계획과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함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도자와 교육계, 문화예술계, 경제계, 언론계, 정치계, 법조계, 종교계를 비롯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종식(중국경제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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