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에서 파라솔을 고정하기 위해 놓아둔 자동차용 중고배터리 3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폐납의 가격이 오르자 배터리의 주성분인 납을 노린 고물상 부부의 상습 절도였던 것. 화물차를 이용한 좀도둑 수준이었지만 용의자 검거는 사건 발생 후 무려 3개월이 지난 '특별단속기간'에야 이뤄졌다.
지난 10월 경찰에 붙잡힌 A양(18)도 마찬가지. A양은 앞서 5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목걸이와 반지 등 6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단순 절도였지만 경찰은 무려 5개월이 지난 후에야 A양을 검거했고, 이 기간 역시 '절도 특별단속' 기간이었다.
대구 경찰이 '벼락치기' 치안서비스에 목을 매고 있다. 일부 경찰서에서는 치안서비스 평가 점수가 매겨지는 각종 '특별단속기간'에만 실적 내기에 열을 올리는 탓에 단순 절도 사건도 수사가 지지부진하거나 심지어 용의자를 알고서도 잡지 않는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 때문에 특별 단속 기간이 아닌 평소에는 치안서비스 수준이 급격히 낮아지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대구경찰청이 9월 1일부터 두 달간 실시한 '2007년 2차 절도특별단속' 결과에 따르면 강도와 절도, 장물 등 검거 건수는 1천1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02건에 비해 검거 건수 26.7%(241건), 검거 인원은 16.5%(128명) 늘었다. 이 기간 중 달서경찰서는 대구 9개 경찰서 중에서 3위를 기록, 우수관서로 선정됐고, 특히 달서TSI팀(절도특별수사팀)은 81.6점으로 1등을 차지, '우수 형사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2위인 수성TSI팀보다 20점 이상 높은 점수.
그러나 달서서의 경우, 실제 업무효율성에서는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찰청이 올 들어 10월 말까지 대구의 5대 강력범죄의 검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절도특별단속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던 달서서의 경우 형사 1인당 검거 건수 및 절도범 검거율이 각각 36.7건, 50.1%로 9개 경찰서 가운데 7위에 그친 것. 결국 단속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실적을 올린 반면, 평상시 치안서비스는 낙제점을 면치 못한 셈이다.
대구 모 경찰서 관계자는 "특별단속 기간 중에만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경찰서와 팀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평소에도 실적이 좋으면 몰라도 만약 평소 실적은 저조한데 특정 기간에만 성적이 좋다면 점수 관리를 위해 범죄자 검거를 게을리하거나 수사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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