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고교학력 격차 보도가 몰고온 후폭풍

대구의 고교 간 학력 격차에 대한 기사와 통계들이 신문에 실리자 본사와 기자에게 참으로 많은 전교 화가 걸려왔다. "특정 지역 고교들의 학력이 높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굳이 자세히 실은 이유가 뭐냐."며 따지는 분도 있었고, "주변 고교들의 학력이 소문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돼 큰 도움이 됐다."며 더 많은 정보들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는 분도 있었다. 다양한 의견과 지적을 들었지만 한결같이 대구 교육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묻어나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서도 20, 30대 젊은 교사들의 전화는 특히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들은 오히려 "고교 입학 때부터 학력 격차가 심각한데 고교만의 책임으로 비치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거나 "지역 간 학력 차이는 주거 형태, 학부모의 경제력 등 구조적인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데 풀 방법이 무어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한 교사는 "학부모들을 볼 낯이 없다."며 "고교 입학 성적과 수능 성적을 함께 비교, 공개해 달라."고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일그러진 현실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고, 해결하기 힘든 현실적 모순에 대한 하소연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고민은 더없이 진지했다. 그들로 인해 대구 교육의 미래가 밝을 것이란 희망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정보와 해결책의 핵심을 틀어쥐고 있는 대구시 교육청 안팎의 분위기는 현장의 고민과 동떨어져 보인다. 기사가 나간 후 교육청의 행정력은 어떻게 해서 자료가 유출됐는지, 누가 그랬는지를 찾는 데 집중되고 있다. 기사의 취지나 교사들의 심정, 학부모의 바람을 헤아리려는 노력은 찾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자료 유출의 진원지로 대구진학지도협의회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일까지 생겼다. 수능 성적 발표를 앞두고 진학지도 자료 제작과 상담 준비에 눈코 뜰 사이 없을 터인데 엉뚱한 해명에 힘을 써야 하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더 답답한 건 의도가 의심스러운 억측까지 난무하는 현실이다. 대구시 교육청이 고입 연합고사 부활과 평준화 해체를 위해 언론 플레이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구에서 고교 내신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자료가 공개된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학력 격차 해소는 하루이틀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두 학교, 교사 몇 명의 노력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억측에 발목이 잡혀 미룰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교육주체 모두의 뜻을 모으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 학교 현장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첫 단추는 현장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진정 바라는 게 무엇인지 교육청과 교직단체들이 귀를 기울이는 데서부터 꿰야 할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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