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을 찍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깊다. 정권교체를 생각하면 머뭇거릴 것도 없다. 미우나 고우나 한나라당은 TK(대구 경북)를 대표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명박 후보는 왜 그리 너절하나. 국가 최고지도자의 품격을 감당하겠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어느 공무원이 사석에서 한 얘기다. 대선이 코앞인데도 정권교체와 후보 자질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그만이 아니다. 이 후보 지지가 분명해 보이는 TK 유권자들의 말끝이 흐려지기 일쑤다. 이 후보의 도덕성 시비가 드리운 현상이다.
이 지역 지지율 분점 구도는 그런 민심의 투영이다. 이명박 후보 50% 이회창 후보 20%다. 터줏대감 한나라당으로선 갑갑할 것이다. 현재 같은 지지율은 16대 대선 당시 대구 77% 경북 7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인제의 반란으로 최악이었던 15대(대구 71% 경북 60%)에 비해서도 저조하다. 두 번 다 졌던 선거보다 더 낮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인생 동정론'에 입을 맞췄다. 후보 본인부터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 주변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는 투다. 강재섭 대표 또한 '상일꾼이 일하다 보면 흙도 묻고'하는 식이다. 박관용 선대위상임고문은 숫제 '노가다판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는 비하까지 마다 않으며 양해해 달라는 것이다. 본시 우아한 삶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에게 평생 국록을 먹은 사람에게처럼 淸德(청덕)을 요구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항변 섞인 옹호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사실 남의 돈으로 정치를 하고 몸을 더럽힌 인물이 즐비한 게 현실이다. 그에게만 혹독하게 도덕의 잣대를 대는 게 매몰차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5천만의 대표를 세우는 선거다. 장차 나라를 이끌 인물이 어떤 습성에 젖고 어떤 인식체계를 가졌는지는 필수적 검증 사항이다. 차기 권좌에 근접한 후보는 더더욱 근본을 따져야 한다. BBK 의혹을 털었다고, 시대정신이 경제라 해서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자녀 위장취업'은 이 후보를 들여다볼 상징적 코드다. 재물과 권력에 대한 집착, 공인의식의 결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빌딩 관리용으로 만든 '대명기업'에 장녀 자리를 마련해준 때는 서울시장 출마를 한창 준비하던 무렵이다. 보통 정치인 같으면 선거 때 트집거리를 걱정해 오히려 주변 정리를 할 상황이다. 그 딸은 아버지가 서울시장에서 퇴임하기 직전까지 4년 9개월간 매월 120만 원을 타갔다. 아들이 바통을 이어 받은 시기 또한 어이없다. 2007년 봄은 이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검증 공세에 휘말릴 때다. 그런 와중에서 자식 자리 챙길 정신이 언제 있는가. 그것도 자신의 화약고나 다름없는 부동산 부자 이미지에 기름을 붓는 자충수인 줄 모르고.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자녀들을 아래 위층 한집에 불러들여 '호화빌라' 비난을 자초한 것과 하나 다를 바 없다.
이 후보는 등록 재산이 353억 원이다. 빌딩이 3채다. 그런 재산가가 최고권력을 꿈꾸면서 '몇 푼'에 연연하고 탈세 논란에 휘말린 것은 말이 아니다. 修身(수신)에 대한 비판이 정치공세라 치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위장취업뿐 아니라 위장전입 사실 또한 본인 입으로 고백했더라도 달랐을 것이다. 그처럼 흐린 마음의 습성이 BBK 소동을 낳고 도곡동 땅 소유 의혹을 말끔히 털지 못하는 한 원인이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를 돌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민주주의 반칙을 추인해 주는 과오다. 더구나 그는 여러 정황상 정권교체보다 '자기 정치'에 목적이 있어 보인다. 그에 대한 회고적 아쉬움은 몰라도 정권교체 측면에서는 괄목 대상에서 먼 것이다.
선거는 여럿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객관식이다. 하지만 미리 정해진 답은 없다. 다수가 선택하면 답이다. 유권자의 주관적 판단의 총합이 답인 것이다. 그 점에서 또 주관식이다. 후보를 상호 비교하는 주관적 상대평가다. 이명박 후보의 허물을 펼쳐 놓고 다른 후보의 그것과 어떻게 보느냐, 정권교체와 도덕성 어디에 비중을 둘 것이냐가 선택의 기준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선거는 투표 용지에 찍힌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김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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