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10년, 대구 교통흐름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달 26일로 대구에 지하철이 운행을 시작한지 10년을 맞았다. 반쪽짜리 시작이었지만 대구지역에도 드디어 지하철 시대가 열린 기념비적인 날이다. 지하철 1호선의 절반인 중앙로역에서 진천역 구간이 개통했던 것이 바로 1997년 11월 26일. 1호선 전구간이 개통된 것은 다음해 2월 5일이었다. 대구 지하철 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곳도 잘 없을 것이다. 1995년 4월 28일 상인네거리 지하공사장 도시가스 폭발사건으로 101명이 목숨을 잃고 20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2003년 2월 18일에는 중앙로역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192명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그리고 2005년 10월 18일에는 지하철 2호선이 운행을 시작하면서, 지금은 2개의 지하철 라인이 대구의 곳곳을 연결하며 대구의 대중교통 수준을 한단계 올려놓았다.
반면, 지하철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시내버스 이용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999년 96만명이었던 이용객 수가 매년 1~4만 명 씩 줄어들어 2006년에는 68만3천 명을 기록했다.
현재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의 일 평균 수송실적은 98만명 수준. 대구 시청 대중교통과 김지채 교통운영 담당은 "전체 이용 가능한 교통 수단 중 버스의 수송분담률은 31.5%, 지하철은 7.1%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하철10년. 지하철은 대구의 교통흐름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그 궁금증에서 출발해 각각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시간을 체크해봤다. 동시에 출발해 도착시간을 계산해 본것이다. 라이프매일 취재팀이 직접 나섰다. 시간은 가장 붐비는 오전 8시를 택했다. 기자 4명이 각각 자가용, 버스, 지하철, 자전거를 타고 오전 8시 달서구 상인동 월촌초교를 동시에 출발했다. 도착지점은 중구 계산동 매일신문사까지였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한윤조 기자
지하철10년. 지하철이 대구의 교통흐림을 얼마나 바꾸어 놓았을까. 그 궁금증에서 출발해 각각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을 해봤다. 동시에 출발해 도착시간을 계산해 본것이다. 라이프매일 취재팀이 직접 나섰다. 가장 붐비는 시간인 오전 8시에 기자 4명이 각각 자가용, 버스, 지하철, 자전거를 타고 오전 8시 달서구 상인동 월촌초교를 출발했다. 도착지점은 중구 계산동 매일신문사까지였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출발! AM 8:00 달서구 월촌초교~도착! 중구 매일신문사
◇ 자가용(소요시간 26분) - 한윤조 기자
성질 급한 한기자, '달서구 쪽은 출근시간 차량 정체가 심하다는데…. 느긋하게 마음먹고 천천히 운전해야지.' 수없이 다짐해가며 월촌초교를 출발했다. 때마침 라디오 '57분 교통정보'에서 "앞산 순환도로는 고장차량으로 정체가 심한 상태"라고 알려준 덕분에 시내를 통과하는 쪽으로 길을 잡았다.
워낙 평소의 출근거리가 짧아 교통체증이라고는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출발했지만 거리는 예상외로 한산했다. 8시 10분을 넘어서면서 차량이 조금씩 증가해 두류공원 네거리에서는 2번의 신호를 받아야 했지만, 걱정했던 것과 같은 긴 차량의 행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상쾌한 아침 기분을 잡쳐놓은 것은 바로 불법주정차 차량들과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얌체 운전자들. 성당시장 인근에서는 갓길 주차 차량들 때문에 버스가 2차로 한가운데 승객들을 내려놓으면서 뒤를 따르는 차량들이 모두 멈춰서야 했다. 또 유턴 차례를 지키지 않고 차량진행을 방해하는 얌체운전자들도 눈엣가시였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아침 출근길이 한층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 자전거(30분) - 김중기 문화부 기자
자전거를 탄 지 5년이 넘었다. 상인동에서 출발해 서부 정류장을 거쳐 계대사거리로 출근한다. 소요시간은 30분 내외. 그래도 아무리 천천히 가더라도 35분을 넘지 않는다. 요즘 날씨는 쌀쌀하지만 10분만 달리면 속이 더워진다. 30분을 달리고 나면 땀이 나온다. 평소 운동이 부족한데 자전거로 달리면서 운동도 하고, 차비도 아끼면서 환경도 보호하니 일석삼조인 셈이다.
자전거 출퇴근에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차도로 들어가지 않기. 차도로 달리면 빠르지만 자동차 운전자에게 피해를 주고 위험하기도 하다. 어차피 산을 타는 MTB인데, 울퉁불퉁한 인도라고 못 달릴까. 다만 인도에 쌓인 적치물이나 인도까지 올라온 주차 차량 때문에 애를 먹는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없이 자전거 길이라고 인도에 줄만 그어놓았는데, 그나마 이런 방해물이 점령하고 있으니 자전거 탈 환경은 말이 아니다. 둘째, 교통신호 지키기. 자전거는 안전이 생명이다. 보호장구 착용도 필수적이다. 헬멧이 아니었다면 병원 신세까지 졌을 아찔한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가장 큰 이점은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 골목길 풍경도 재미있고, 가다가 뭔가를 사 먹기도 하고, 힘들면 물 마시면서 쉬기도 한다. 좀 더 세상에 녹아든 느낌이 든다.
◇ 지하철(40분) - 김수용 기자 -주행시간 16분. 지하철역 도착등 소비시간 24분
주행시간만 놓고 본다면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상인역을 8시 15분에 출발해 목적지인 반월당역에 도착한 때가 8시 31분. 정확히 16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10개 구간을 통과하는데 960초, 즉 한 구간에 1분 36초가 걸렸다. 지하철 역사와 걸어서 5분 이내 거리에 살고 있다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 지하철이다. 하지만 집에서 출발 역까지, 도착 역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월촌초교에서 매일신문사까지 40분이 걸렸다. 24분을 걷고 기다리는데 소비했다. 8시에 월촌초교를 출발해 8시 8분에 상인역 입구 도착, 승차권을 사서 플랫폼에 도착한 시각은 8시 11분. 4분 가량을 기다려서 8시 15분에 지하철에 올랐고, 31분에 반월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9분을 걸어서 정확히 8시 40분에 신문사에 도착했다.
지하철은 쾌적하다.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서울 지하철과는 달리 러시아워에도 옆사람에 부대끼지 않을 정도다. 역 입구에서 나눠주는 무료 신문을 읽는 사람,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는 학생, 뭔지 모를 서류를 읽고 있는 회사원 등 다양한 모습이었다. 출근 시간 직장 동료를 만나 반갑게 수다를 떠는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대체적으로 승객들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 버스(58분) - 조두진 기자- 버스타는 시간 48분. 기다리는 시간 4분 걷기 6분
버스는 정각 8시에 월촌초등학교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기다린 시간은 4분. 653번 일반버스의 배차간격이 12~13분인 점을 고려하면 짧게 기다린 편이다. 버스는 매일신문사 인근 정류장인 섬유회관 앞 정류장에 8시 48분에 도착했다. 버스 타는 시간만 48분 걸렸다. 버스 기사는 정오 무렵에는 4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출·퇴근 무렵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다. 이날 아침 출근시간대에는 8분이 더 소요됐다. 버스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매일신문사에 도착했을 때는 8시 54분(도보 6분)이었다. 버스를 기다린 시간까지 포함해 출근시간은 58분이 걸린 셈. 출발지인 월촌초교에서 도착지인 섬유회관까지 버스 노선거리는 약 11.5km에 28개 정류소가 있다. 버스전용차로제가 운영되지만 월촌초교에서 섬유회관까지 오는 길엔 좁은 길(편도 1, 2차로)이 많아 혜택이 거의 없었다.
버스의 운행은 규칙적이었다. 앞 653번 버스와 뒷 653번 버스는 거의 일정한 거리와 시간 간격을 지켜가며 달렸다. 버스 운행정보를 담은 BMS(Bus Management System)는 앞차와 뒷 차의 간격을 12분 혹은 13분으로 거의 일관되게 나타냈다. 평리동에 도착했을 무렵, 길이 많이 막혔고 앞선 버스는 16분으로 멀리, 뒤따르는 버스는 8분으로 일시적으로 가까이 다가왔을 뿐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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