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키시즌-무한쾌감…"나는 날아 오른다"

겨울 레포츠의 꽃 스키&스노우 보드

탁 트인 산봉우리로부터 은빛 설원을 질주하는 동안 젊음과 낭만은 한껏 발산된다. 휘날리는 눈보라 속으로 감춰졌던 원시의 본능도 솟구친다.

형형색색의 스키어들이 하얀 슬로프를 따라 S자를 그리며 활강할 때면 차가운 겨울 산바람이 무색할 정도다. 오히려 설원엔 열기가 후끈거린다.

활강 방향을 꺾는 짧은 회전의 쇼트 턴과 장애물을 피해 공중을 뛰어올라 방향을 바꾸는 점프 턴, 가속도를 줄이려 잇따라 이리저리 허리를 비트는 묘기를 부리며 어느 새 스키어들은 눈 덮인 자연과 한 몸을 이룬다.

터져 나오는 스키어들의 환호소리가 계곡과 골짜기를 메아리친다.

무한 쾌감의 속도를 만끽하는 스키시즌이 활짝 열렸다.

매년 개장할 때마다 '단장'을 거듭한 스키장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저마다 최상의 시설을 자랑하며 스키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손짓을 한다.

초보자를 위한 완경사의 길고 넓은 슬로프를 비롯해 보다 빠른 리프트 신설, 가족들을 위한 눈썰매장, 다이나믹한 흥분을 자아내는 모글 코스, 직벽을 뛰어내리듯 곤두박질치며 활강하는 고난도의 급경사 슬로프까지.

속도감이 주는 상상이상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스키는 그야말로 겨울 레포츠의 꽃이다.

온 천지가 뽀얀 눈 세상이다. 아래엔 급경사의 설원이 펼쳐져 있다. 직벽의 슬로프를 내려갈 생각에 팽팽한 긴장감이 전신을 휘감는다. 이에 질세라 산바람도 방한복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오직 두발의 힘과 허리의 뒤틀림만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종착점에 안착하는 것이 목표다.

이윽고 도약을 한다.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순간 가속도가 붙으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속도는 한계점을 넘는다. 한 발에 중심을 살짝 옮겨 회전을 시도하자 슬로프에 눈보라가 날리며 제동이 걸린다. 기르란데(Girlande·슬로프를 비스듬히 타는 기술)가 잘 먹히고 있다. 바람에 의지해 방향을 바꿀 때마다 눈앞엔 다른 설경이 파노라마처럼 다가온다. 무한 속도감이 주는 짜릿한 스릴과 흥분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야호~오." 장탄성의 쾌재가 눈 덮인 골짜기를 울린다.

#설원의 최정상에 서다

곤돌라를 타고 오른 산정이다. 햇살 받은 눈밭은 눈이 부실 정도로 희고 맑다. 차가운 겨울바람은 따가울 정도로 얼굴을 때린다. 바람을 피해 시선을 멀리 띄우자 사방을 둘러싼 회갈색의 산자락들이 그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정도로 뻗어있다. 스키장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얀 눈이 뿌려진 슬로프 사이로 곤돌라와 리프트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최상급 슬로프의 도약지점. 대자연의 한 가운데 선 느낌이다. 상급의 스키어와 보더들이 가파른 경사면을 미끄러지듯 활강을 시도할 때마다 원색의 스키복은 하얀 눈 위에 어지러운 곡선을 그린다. 회전 원심력을 줄이려 스키어가 몸을 안쪽으로 기울이자 스키 플레이트에 밀린 눈발이 긴 여운을 남기며 흩날린다. 활강 중 나타난 장애물을 뛰어넘는 점핑기술인 '깨랜데 슈프롱'을 선보이는 스키어의 묘기는 보기에도 아찔하다. 무릎과 허리를 날렵하게 숙인 채 스키를 11자로 모아 회전하는 슈템턴을 연출하는 스키어의 등 뒤로 티끌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웃는다.

#무한 질주의 속도감과 자유로움

겨울 레포츠의 꽃인 스키의 매력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무한 질주의 속도가 주는 쾌감과 광활한 자연 속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일 것이다.

오래 전 북유럽에서 기원한 스키는 사냥과 교통의 수단. 이 때문에 스키를 즐긴다는 것은 자연 속에서, 자연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포함돼 있다.

스키장에서 만난 한 마니아는 스키를 타면 "복잡하게 머리를 쓸 필요가 없어 좋다."고 밝혔다. 그저 설면을 따라 내려가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능숙한 스키어가 될 노력이 따라야 한다.

복잡한 도심과 일상의 권태를 잠시 벗어나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활강을 즐기다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도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다. 스키어들은 한결같이 스키를 타고 난 후의 후련하고 상쾌한 기분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했다.

덧붙여 스키이든 스노우보드이든 입문 후 단순 활강기술에서 고난도의 묘기기술을 하나 둘씩 익혀가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엔 어렵게만 느껴지던 기술이 쌓여 멋진 활강솜씨를 보이고 나면 그 성취감이란 가치를 따질 수 없다.

#왕초보의 스키체험

난생 처음 스키란 걸 타 보았다. 발목을 옥죄는 단단한 스키부츠 탓에 걸음걸이는 뒤뚱뒤뚱 오리걸음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평편한 눈 위. 플레이트에 장착된 바인딩에 부츠를 고정시키고 나자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후들거린다. 눈 깊이 꽂힌 폴에 의지해 겨우 자세를 잡아 본다. 바람이 제법 찬데도 등줄기에선 진땀이 배어난다.

옆으로 서서 스키 에지를 이용한 경사면 오르기. 게걸음을 흉내 내며 두어 발자국 걸었을 때 엉덩이를 눈밭에 꽂고 말았다. 그런데 웬걸. 일어설 수가 없다. 스키강사가 웃으며 다가와 손을 내밀어서야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처음에 다 그렇단다.

플레이트를 A자형으로 모아 제동걸기.

약간 경사진 언덕을 올라 A자형을 유지하며 내려오다 뒤꿈치에 힘을 주면서 멈추는 방법이다. 이제까지 손을 잡아 주던 강사가 싹 옆으로 피한다. 어어어~.

폴과 스키가 엉키며 꽈당탕. 눈이 녹아 물이 고인 곳. 내의까지 젖었다.

이번엔 일명 산돌기라 일컫는 회전을 배워보잔다. 역시 스키는 A자형을 유지하되 회전지점에 이르러서는 중심의 바깥쪽 발에 힘을 주어 스키가 회전을 하도록 이끄는 초보기술이다.

잘 될 리가 없다. 회전지점에서 벗어나 스키는 제멋대로 가고 있다. 멈추기도 쉽지 않다. 결국 같은 초보자와 부딪쳐서야 스키는 멈췄다. 미안하고 민망했다. 다행인 것은 부딪힌 상대도 초보인지라 이해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는 태국에서 왔단다. 최근엔 한류의 영향으로 동남아 관광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점이 스키장의 새로운 풍속도가 되고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슬로프를 향하고 있다.

보통 이 같은 초보자 스키강습은 2시간 정도 한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약 2회 정도의 강습만으로도 완만한 초보자 슬로프에서 활강할 수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취재 및 사진촬영 협조=보광 휘닉스파크

스키탈때 주의할 점

1_●● 보호자와 함께 타도록 한다

2_●● 긴 옷과 목도리는 피한다

3_●● 충분한 연습으로 위험을 대비한다

4_●● 능력에 맞는 코스에서 타도록 한다

5_●● 서로 부딪치지 않게 같은 방향으로 탄다

6-●● 몸 상태를 수시로 확인한다

7_●● 구급상자를 반드시 준비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