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향숙의 고민 지우개]

*고민 있어요

지방출장 잦은 편인데 아내와 사이 급속이 악화

50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직업 관계로 여러 지방을 다니느라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르곤 하지만 나름대로는 가장으로서의 최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서너 달 전부터 아내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가라고 합니다. 부부간에 특별한 사건이 최근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유를 알 길이 없습니다. 대화도 시도해 보았지만 도대체 말이 안통하고 결국은 싸우게 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갑작스런 이유 아닌 누적된 불신.불만 있을 수도

많은 세월을 가장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군요. 하지만 부인과의 관계가 현재 원만치 못하다니 많이 속상하고 갑갑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전통적인 유교적 문화에 뿌리를 둔 가부장제가 삶의 전반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우리사회에 남/여의 삶은 무척 고단했다고 여겨집니다. '남자'답게 키워져 강함으로 무장해야 했고, 순종적이고 다소곳함을 강요당하며 '여자'로 키워졌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녀의 역할 분담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감내해 왔던 것입니다.

님의 말씀을 돌이켜보면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진 이유로 인한 것이라 보여지진 않구요. 아마 오래 전부터 누적되었던 것들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어쩌면, 함께 살아오면서 쌓여온 불만이나 불신 혹은 분노의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부부들이 두 사람사이의 문제가 있을 때 직면해서 해결하기보다는 일시적인 미봉책이나 외면해서 덮어두는 방식으로 일관하거나 한 쪽의 일방적인 '참음'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언젠가는 문제가 확대될 수도 있고 또한 그것으로 인해 부부사이의 큰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님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부부상담을 해 보면 많은 분들이 '말이 안 통한다' '대화가 안 된다'고 토로하십니다. 혹시 지금까지 부부관계에서 일방적인 명령이나 지시로 부인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의 점검이 필요할 듯합니다. 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간의 '마음'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귀로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부인의 입장이 되어서 이해하고 어려움에 대한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 이후에 부인이 가장 힘들어 부분에 대한 원인을 규명해야 할 것 같아요. 섣부르게 이유가 뭔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님의 변화가 필수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개인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많아지면서 부부문화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회가 변하고 부부관계의 힘의 역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급격하게 진화(?)하는 부부의 역할과 권력관계의 재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지점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부간에 정서적/심리적으로 한층 더 의존적으로 되며 많은 시간을 배우자와 함께해야 하기에 서로간의 상호작용과 유대감이 중요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원하신다면, 먼저 격려하고 지지해 주어야 하고 배우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전제된다면 부인과의 상호소통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여겨집니다.

부인에게 귀 기울이는 것부터 먼저 시작해 보세요! 아직은 늦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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