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라진 김장 풍속] 김장 담그러 "나들이 가요"

절인 배추·갖은 양념 갖춰진 '웰빙 김장체험장'

비싼 무'배추 값, 핵가족화, 현대인의 바쁜 일상이 새로운 '김장 풍속'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복태(대구시 동구)씨 부부는 올해 김장을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와 함께 하기로 했다. 작년까지 집에서 김치를 담가 분가한 아들과 딸의 집으로 보냈다.

그러나 앞으로도 늘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딸과 며느리도 김장하는 법을 알아야 나이였다. 그러나 시집 장가간 자식을 불러 이렇게 저렇게 가르치기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도시의 집에 온 가족이 모여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양념을 준비하고, 버무리기는 벅찼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김장 나들이'였다. 아들 김영민씨가 제안한 새로운 김장방식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김장도 하고 한나절 즐겁게 놀자는 계획이었다. 휴일이면 어린 자식과 함께 나들이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요즘 젊은 세대 입장에서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무엇보다 작년까지 시집'장가보낸 딸과 며느리 집의 김장까지 책임졌던 아내 조경애씨가 좋아했다.

2일 김복태씨 가족은 아들과 사위의 차를 타고 경북 칠곡군 송광매원으로 향했다. 김복태씨 부부와 아들 김영민씨 부부, 딸 김은정씨와 사위, 어린 손녀와 손자가 '놀이 삼아' 떠난 것이다.

주부들에게 김장은 일년 중 가장 번거롭고 큰 집안 일이다. 그러나 이들 가족이 찾은 송광매원 내 '웰빙 김장체험장'에는 절인 배추가 준비돼 있었고, 갖은 양념도 준비돼 있었다. 김씨 가족의 '김장 나들이'는 맨몸으로 떠나는 홀가분한 여행이었다.

한집안이라고 해도 집집마다 선호하는 김치 맛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각각의 가족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양념을 더하거나 덜해 버무리고 담았다. 포장할 수 있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팩도 준비돼 있었다. 많이 담아서 집에서 보관하기 어려우면 대신 보관했다가 배달도 해준다고 했다. 아이들을 고사리 손으로 김장을 돕거나 도시에서 구경하기 힘든 동물과 나무, 강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예전엔 하루종일 일이었던 김장이 1시가 30분만에 끝났다. 사람 키에 알맞고 널찍한 식탁 앞에 서서 버무리기만 하면 되니 몸도 피로하지 않았다. 이날 김복태씨 부부는 우선 5포기만 담갔다. 12월 3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니 모자라면 한번 더 올 생각이었다. 아들 부부는 10포기, 김치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위가족은 20포기를 담갔다.

친정 어머니이자 시어머니인 조경애씨는 "큰짐을 덜었다. 관절이 안 좋아 종일 김장하고 나면 다리가 얼마나 아픈지 큰 걱정이었는데 아주 편하게 잘 했다."며 웃었다. 아들 김영민씨는 "결혼 5년 차인데 지금까지 집에서 보내주는 김치를 얻어먹었다. 이렇게 함께 김장하니 미안한 마음도 덜고, 힘도 들지 않아 좋다. 아이에게는 김장이라는 좋은 체험을 하게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딸 김은정씨는 "김장이라면 힘들다, 어렵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렇게 하니 어렵고 힘든 일이 없다. 늘 친정에서 얻어먹었는데 올해는 체면이 좀 선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체험이었다. 어른들 옆에서 절인 배추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노는 정도이지만 지금껏 구경해보지 못한 우리나라 전통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들은 김장의 수고를 덜었다기보다 아이들과 하루를 즐겁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 눈치였다. 이곳 송광매원에는 염소와 멧돼지, 토끼 등 가축과 함께 여러 종류의 나무와 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전래놀이 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문의053)246-8900

김장 비용은 kg당 7천 원으로 온라인 몰이나 대형마트(kg 5천원 안팎)에서 사먹는 김치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었다. 아들 김영민씨는 그러나 "우리 식구들이 먹을 음식인데 모든 재료가 100% 국산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 김장을 즐기고 어른 아이 구분 없이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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