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의 환경 다큐멘터리 을 보면 저울이 나온다. 저울 한쪽에는 금괴가 다른 한쪽에는 지구가 통째로 올려져 있다. 우리는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경제를 택할 것인가, 지구를 택할 것인가.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그것이 우리가 당면한 딜레마다.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고 빙하가 줄줄이 녹아 내리며 지구촌 곳곳이 자연재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인간이 뿜어낸 온실가스 때문이라 한다. 온실가스가 대기권을 오염시켜 지구 에너지가 우주로 방출되지 못하고, 또 우주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하지 못하여 지구가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어서 생긴 병이 바로 '지구온난화'란다. 온실가스는 일단 방출되면 대기를 통해 퍼지기 때문에 어디에서 방출되든 그것은 지구에 동일한 기후 혼란을 야기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인류가 공동으로 협력하고 대처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자연은 아직도 얼마나 아름답고 우리는 또 얼마나 태평한가. 어디에 가든 푸른 산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내일도 어김없이 해가 뜰 것이며 겨울이 가면 또 봄이 올 것이다. 풀이 자라고 꽃이 피고 사람들은 먹고 마시며 여전히 살아갈 것이다. 수십 억 년 동안 언제나 같은 궤도를 항진하고 있는 지구는 결코 우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환경재앙이니 어쩌니 아무리 무서운 예측을 해도 사람들이 좀체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이 무조건적인 믿음이 다들 너무나 견고해서일까?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보면 '푸른 구슬'처럼 아름답다. 자세히 보면 지구를 둘러싼 가느다란 푸른색 띠가 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대기권이라 한다. 마치 태아를 보호하고 있는 양수 같다.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듯 얇다. 자동차를 타고 시속 90킬로미터로 지표면에서 수직 방향으로 달리면 두 시간도 못 되어 대기권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토록 얇은 대기를 믿고 지금까지 인간은 '까불고' 있었다. 수천 만대의 자동차와 굴뚝이 매연을 뿜어 올리면서, 경제성장이 지상의 목표가 된 나라들과 기업 그리고 물신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서로 미친 듯 경쟁하면서, 오늘도 여전히.
이 책은 지구 곳곳의 모습들을 찍은 항공 사진이다. 366장의 사진 옆에는 환경학자들의 통찰력 있는 사유도 적혀 있어 생각할 거리도 넉넉하다. 깨알처럼 흩어져 있는 몽골초원의 양떼. 남극 대륙의 빙산 위에 앉은 펭귄. 등고선처럼 펼쳐진 티벳의 아름다운 경작지. 해수면 상승으로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를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대지에 흘러내린 용암의 주름...이 땅이 만들어낸 장엄함과 신비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래서 '지구 만한 예술은 없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까지 끄덕이며 동의하게 된다.
어쨌거나 지구촌의 조그마한 우리 땅에도 바람 센 계절이 왔다. 더구나 '대선 바람'이 한반도의 풍향계를 정신 없이 널뛰게 한다. 주자들은 저마다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고 난리다. 잘 살아보자는 구호말고 절제 있는 삶을 살아보자고 말하는 이는 하나도 없다. '우리가 잘 사는' 것도 좋지만 위험에 빠진 지구와 지구 전체시민도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말하는 이도 없다. 우선 대중들의 입에 달콤한 '막대사탕'부터 물리려는 얄팍한 정치적 공약이 아니라, 아무리 좋은 가치도 전체를 살리는 균형과 조화가 상실되면 결국 이기적인 가치일 뿐임을 아는, 좀 더 통찰력 있는 안목과 실천력을 가진 '큰 사람'은 왜 아직 우리 곁에는 없는 것인지.
bipasory@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