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중국 북경, 장안의 문인들이 몰려들고 최초의 한류(韓流)가 시작됐다. 문인들이 얻고자 한 것은 조선 여인의 시(詩). 명나라 사신들은 조선에 오면 허난설헌의 시를 구하고자 허균을 찾았다. 당시 조선은 왕실 여성에게도 한문을 가르치지 않던 시절인데 그녀는 어떻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천재 시인이 될 수 있었을까.
8일 오후 8시10분 KBS 1TV '한국사전(傳)'은 허난설헌의 삶과 시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은 교육에 있어 아들과 딸의 구분을 두지 않았다. 그 덕에 허난설헌은 남자 형제들과 함께 수업하며 학문을 익혔다. 특별한 교육으로 천재시인의 재량을 닦으며 자라난 허난설헌은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낯선 시댁생활을 해야 했다. 각종 제사와 집안 행사를 도맡고 시어른을 모시며 살아야 하는 종부의 삶, 이른바 '조선의 여성'으로서의 삶은 그녀의 재능을 가두기 시작한다. 계속 과거에 낙방한 허난설헌의 남편은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꼈고, 그녀의 시어머니는 시를 쓰는 며느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의지할 것 없는 그녀는 두 아이와 시를 위로로 삼으며 살아갔다. 그러던 그녀에게 아버지 허엽은 객사하고 질병으로 두 아이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이 찾아온다. 그리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오빠마저 죽음을 맞이한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뜬 허난설헌. 그녀는 죽기 전 자신의 시를 모두 태워 달라고 하지만 이를 안타까워하며 누이의 시를 모은 것은 동생 허균이다. 그리고 그런 허균의 노력으로 인해 그녀의 시는 후세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성리학에 빠져 사는 조선 선비들은 그녀의 시에 관해 냉혹한 평가만을 남겼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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