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 플로리다 말린스 바겐세일

김병현과 최희섭이 뛴 적이 있어 한국 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미국 프로야구 플로리다 말린스가 또 다시 '대(大) 바겐세일'을 감행했다. 1997년, 2003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우승 주역들을 팔아치웠던 플로리다는 이번에 투·타 핵심 전력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넘겨주고 유망주들을 받았다.

미식축구 연고팀인 마이애미 돌핀스의 인기에 밀려 찬밥 신세인 점, 구단 재정이 넉넉치 않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팀을 막 재건한 마당에 다시 '선수 장사' 좌판을 열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 이번에는 '말린스의 미래'인 미겔 카브레라(24)에다 좌완 에이스 돈트렐 윌리스(25)까지 내다 팔았다.

카브레라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이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할 강타자감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 200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5년 통산 타율 0.313, 138홈런, 523타점을 기록했다. LA의 두 팀,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카브레라를 노렸으나 디트로이트가 선수를 쳤다.

윌리스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전에 미국 대표팀 선발로 등판,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 홈런을 맞았던 투수. 올해 부진했지만 2005년에는 22승10패,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했고 통산 성적도 68승54패, 평균자책점 3.78로 뛰어나다.

다음 시즌에 어떻게 팀을 꾸릴지, 얼마나 좋은 성적을 올릴지 고민하지 않는 걸까. 하기야 팀 역사를 보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작은 시장과 두 번의 우승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이 모여들지 않는 가운데 스타를 내주고 유망주를 데려와 키우는 것이 플로리다의 생존방식이었다.

멀게는 강타자 게리 셰필드(디트로이트), 모이시스 알루(뉴욕 메츠)를 첫 우승 뒤 팔았고 최근에는 장래가 촉망되던 투수 A.J.버넷(토론토 블루제이스), 브래드 페니(다저스), 조시 베켓(보스턴 레드삭스)을 보냈다. 베켓은 올 시즌 20승7패, 평균자책점 3.27로 보스턴의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헨리 라미레스, 아니발 산체스 등 시장에서 주가가 높은 스타를 주는 대신 데려온 유망주들이 선전해 플로리다는 그럭저럭 버텨왔다. 이번에도 플로리다는 디트로이트에 카브레라와 윌리스를 보내고 왼손 강속구 투수 앤드류 밀러와 외야수 카메론 메이빈, 백업 포수 마이크 라벨로 등을 받았다.

물론 젊은 선수들에게는 이 같은 말린스의 정책이 좋을 수도 있다. 전력이 처지고 젊은 선수들 위주여서 메이저 리그에서 뛸 기회가 다른 팀보다 많다는 점 때문. 하지만 말린스의 팬들에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구단 수뇌부도 어차피 인기가 없는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말린스가 다음에 어떤 폭탄 세일을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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