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가 처음으로 주재한 17대 대선 후보 토론회는 기대와 달리 '재미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후보자들간 선명한 정책 대결은 찾아 보기 힘들었고 정치적 공방만 눈에 띄었다.
흥미 요인이 반감된 이유 중 하나는 부족한 발언시간 때문. 120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6명의 후보는 각각 20분을 가지고 자신의 정책을 제시하면서 상대방 공약도 비판해야 했다. 후보 간 상호토론 때는 한 후보의 정책공약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반박 시간이 1분에 불과해 수박겉핥기 식의 토론이 불가피했다. 특히 '피랍 국민에 대한 대책 방안' 및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의 뻔한(?) 질문에는 후보자 모두가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은 기조로 대응책을 제시했다.
재미가 떨어지자 오히려 토론이 끝난 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BBK 저격수' 박영선 의원 간에 벌어진 장외 설전이 더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이 토론장을 나가다 만난 이 후보에게 "절 똑바로 못 쳐다보시겠죠?"라고 공격하자 이 후보는 즉각 "부끄러운 줄 알라."고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 박 의원은 기자 시절 이 후보와 BBK 관련 인터뷰를 했던 인연이 있다.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의 장이 서질 않자, 20%대의시청률로 국민들은 외면했다. 후보 TV토론회가 처음 생긴 지난 1997년 5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2002년에는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30%대를 유지한 바 있다.
정책대결이 상실되자 토론회의 흥미 요소는 정치 공방의 장으로 옮겨갔다. 그 중에서도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의 BBK 공방이 핵심. 정 후보는 시작부터 "탈세, 위장, 각종 거짓말 의혹에 휩싸인 후보와 나란히 앉아서 토론을 한다는 게 창피하다. 미국 같으면 BBK말고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갖고도 이명박 후보는 TV토론에 나설 수 없다."고 공격했다. 이에 이 후보는 "검찰 조사에 따라 모든 것이 밝혀졌다. 2002년 김대업식 공작정치가 2007년에도 유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반격했다.
지지율이 높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협공도 전개됐다. 남북관계 입장을 묻는 대목에서 정동영, 문국현 창조한국당, 권영길 민주노동당, 이인제 민주당 후보 등은 이명박 후보에게만 십자포화를 퍼부었고, 같은 보수 성향의 이회창 무소속 후보도 "무늬만 보수지 진짜 보수가 아니다."고 공격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 대선 첫 TV토론 시청률 24.0% '흥행 부진'
제17대 대통령선거 첫 TV 합동토론회 시청률 합이 24.0%로 나타났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6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된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의 시청률은 KBS1 15.2%, MBC 8.8%로 시청률 합계는 24.0%였다. 이는 두 채널의 동시간대 4주 평균 가구 시청률의 합 32.0%보다 8.0%p 낮은 수치이다. 5년 전인 2002년 12월 3일 방송 3사가 방송한 '대통령 후보 초청 합동 토론회'의 시청률 합은 35.8%였다. 지역별로는 부산 지역 시청률의 합이 26.8%로 가장 높았으며 광주(25.7%), 대구(25.6%), 대전(24.7%), 수도권(23.2%) 순으로 나타났다.
성·연령별로는 남자 60대 이상 시청률 합이 35.1%로 가장 높았으며 가장 토론회를 적게 시청한 층은 남자 20대(5.1%)였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KBS1 18.4%, MBC 8.6%로 시청률 합은 27.0%로 약간 높게 나타났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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